옛날에는 자동변속기가 몇백만 원 하는 비싼 옵션이었다.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차를 보기 힘들었다. 차체에 ‘AUTOMATIC’이라는 데칼을 붙이고 다닐 정도로 고급 옵션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변속기가 점차 대중화되어 요즘은 거의 모든 승용차에 자동변속기가 장착되어 있다. 대중화에 만족하지 않고 점차 다단화되어 과거 4~5단에 불과했던 변속기가 이제는 준중형 차에도 7단 변속기를 볼 수 있고 고급차에서는 8~9단을 적용하고 있다. 변속기가 다단화되면 무엇이 좋을까?
자동 변속기 원리
우선 자동변속기의 원리부터 알아보자. 자동변속기는 크게 유체식 토크컨버터, 유성기어, 클러치를 통하여 변속을 하게 된다. 즉 자동변속기에도 클러치는 들어 있다. 다만 수동변속기에서는 클러치를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것이고, 자동변속기에서 클러치는 TCU라는 컴퓨터의 명령에 따라 미션오일 압력을 통해 자동으로 조작한다.
토크컨버터는 자동변속기의 핵심 동력전달 장치다. 임펠러 사이에 오일을 채운 토크 컨버터는 한쪽이 회전하면 미션오일의 움직임을 통해 반대쪽 임펠러로 동력을 전달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두 대의 선풍기를 마주 보게 하고 한 대만 작동시키면 바람에 의해 반대쪽 선풍기도 같은 속도로 돌게 된다. 이를 유체 커플링이라고 한다.
유성 기어는 링 기어, 플래닛 기어, 선 기어 등으로 나뉘며 유압을 이용하여 기어들의 조합, 고정, 해제를 통해 다양한 기어비를 만들어 낸다. 중립이나 파킹 시에는 유압이 해제되어 동력이 기계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유성기어에서 바퀴까지 동력이 전달되지 않는다.
즉 엔진에서 만든 동력이 클러치를 통해 토크컨버터로 동력을 전달한다. 이후 유성기어에서 속도에 따라 기어비를 조합해 변속하는 원리다.
요즘은 일부 차종에서 연속 가변 변속기(CVT)를 적용하는 차들이 있다. CVT는 주어진 일정 범위 내에서 기어비를 무한대에 가까운 단계로 제어할 수 있는 변속기다. 기어비를 정해져 있는 일반적인 변속기들과 달리 단수가 정해져있지 않아 무단변속기라고도 부른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CVT는 벨트구동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두 개의 폴리 사이에 벨트를 걸어 동력을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폴리의 지름을 바꾸어 기어비를 조절한다. 저속에서는 엔진 측 지름을 바퀴 측 지름보다 작게 만들어 바퀴에 더 큰 힘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고속에서는 반대로 바퀴 측 지름을 엔진 측 지름보다 작게 만들어 고속 회전이 가능하게 한다.
변속기 단수가 많으면 좋은 건가요?
요즘 변속기의 단수를 늘리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제조사들이 기어 단수를 늘리려고 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다. 변속기가 다단화되면 고속에서 엔진 회전수가 줄어들어 연료를 더 적게 소비하게 된다. 변속기가 단수가 늘어날 때마다 연비가 5~10% 증가한다. 그렇다 보니 요즘 나오는 자동변속기는 수동변속기와 연비 차이가 거의 없다.
기아 쏘렌토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6단 자동변속기를 8단 자동변속기로 교체했다. 엔진 배기량이 2.0리터에서 2.2리터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비가 0.3km/L가 증가한 13.4km/L을 자랑한다.
현대 투싼의 경우에는 2014년식 IX 모델은 6단 자동변속기 모델이 13.8km/L 이었다. 현재 나오는 2019년식 투싼은 크기가 커져 무게가 140kg 가량 무거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변속기를 8단으로 교체해 종전과 같은 13.8km/L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엔진 회전수가 줄어듦에 따라 소음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어 정숙성이 증가했다. 따라서 정숙성이 중요한 고급차 시장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높은 단수의 변속기를 적용한다. 옛날 자동변속기가 4단이던 시절에는 100km/h로 주행할 시 가솔린 엔진 기준으로 2500rpm이 넘어 매우 소음이 심했었다.
요즘은 7~8단 변속기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 100km/h로 주행할 시 가솔린 엔진 기준으로 약 1700rpm 정도로 많이 낮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 차를 타다가 요즘 나오는 차를 타게 되면 소음이 줄어든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연료가 적게 소모되니 이에 따른 배기가스 배출이 줄어들었다. 점점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출가스 저감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변속기 다단화는 많은 해결책 중 하나다.
고속에서 엔진 회전수를 낮춰 연료를 적게 태우면 부산물로 나오는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이 적게 생성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엔진을 다단화하면 연비 증가, 정숙성 증가, 배기가스 감소, 엔진 수명 연장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어 단수가 높아지면 구조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7단 변속기와 9단 변속기를 비교하면 많이 복잡해졌다. 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고장이 발생하면 수리하기 어려워졌다.
구조가 복잡해지다 보니 제조 원가가 상승한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아반떼 HD 1.6리터 가솔린 엔진 기준으로 4단 변속기 가격은 210만 원이었다. 반면에 MD로 세대교체되고 나서는 6단 변속기로 교체되었는데 이때 변속기 가격은 278만 원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차 가격이 최소 68만 원 상승하게 된다.
다단화로 인한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변속기 다단화는 계속될 것이다. 최근 10단 변속기 연구가 완료되어 일부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변속기의 발전은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