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5, 우리의 삶을 바꿀 5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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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5’가 IT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폐막했다.
본래는 가전제품에 포커스가 맞춰진 전시회지만, 최근 IT 업계의 제품이 그러하듯 영역이 확장되고 통합되는 모습이다.
모바일 기기부터 웨어러블, 생활가전, 드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이 전시됐으며 IoT(사물인터넷)이라는 키워드로
각각의 제품이 삶에서 하나로 녹아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CES 2015 현장에서 찾은 우리 삶을 바꿀 7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Keyword 1 머리부터 발끝까지 웨어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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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시장이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피트니스 밴드나 스마트 워치는 셀 수 없이 다양할 정도다. 조본, 핏빗 등의 선발 주자는 물론 소규모 업체에서도 다양한 기기와 연동할 수 있는 웨어러블을 선보였다. 헬스 케어 분야의 제품이 가장 두각을 나타냈다. 체중계와 연동해 즉각적으로 체성분을 체크하거나 혈압을 체크하는 일도 가능하다.

전체적인 디자인도 산뜻해졌다. 딱딱한 전자제품 특유의 느낌을 버리고 시계 특유의 디자인에 충실한 스마트 워치를 만나볼 수 있었다. 위딩스의 액티비테 팝은 운동량, 수면 패턴 등을 측정해주며 수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수명을 지녔다. 패션 시계 같은 외관에서도 스마트 워치 시장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손목을 벗어나 더 다양하고 흥미로워진 웨어러블 기기에도 주목해보자. 피트니스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 깔창이나 양말 등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국내 기업인 쓰리엘랩스는 밑바닥에 압력센서를 탑재한 깔창을 전시했다. 착용자의 하중 균형을 감지해 건강을 체크해주고, 팔자걸음 등의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는 듯 활용도가 높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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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선보인 웨어러블 기기는 높은 완성도로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소형 블루투스 이어셋에 심박과, 거리, 속도 측정 센서를 내장한 ‘B-트레이너’와 고해상도 아이웨어 모듈인 ‘스마트 아이글래스 어태치!’는 놀라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아이글래스의 경우 탈부착이 가능한 단렌즈 디스플레이 모듈로 실내외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기존 고글이나 안경에 간편하게 장착할 수 있다는 점도 훌륭하다.

벨라비트라는 크로아티아 업체는 여성들을 위한 웨어러블을 내세웠는데, 나뭇잎 형태의 클립형 센서가 인기를 끌었다. 목걸이나 팔찌 등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며 가볍게 주머니에 걸어놓을 수도 있다. 임신한 여성의 배에 올려두면 태아의 심작박동수를 체크할 수 있는 제품도 흥미롭다.

이 밖에도 반지, 머리띠나 셔츠 형태의 웨어러블은 물론 사용자의 허리 둘레 변화에 따라 길이가 변하는 스마트 벨트도 등장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손목에 차고, 몸에 입고, 발바닥에 착용하고, 손가락에 끼고… 몸의 곳곳에서 활동을 체크하는 웨어러블의 시대가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Keyword 2 날아라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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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드론’이다. 전시장 한 켠에 작은 규모로 조용히 전시되어 있었던 드론이 올해는 독립전시관을 마련해 다양한 제품으로 찾아왔다. 가장 유명한 업체인 DJI는 조종기에 달린 터치 디스플레이로 풀HD급 카메라를 조종할 수 있는 신형 드론을 선보였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소형 드론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자노라는 초소형 드론은 컨트롤러 없이 제스처로 컨트롤하는 기능을 갖췄다. 약 6.5cm로 성인 손 크기의 절반밖에 안되며, 소음도 거의 없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드론 시장은 당연히 미국이다. 세계 최초로 드론을 민간용으로 허가한 나라이기도 하다.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 밀도가 낮아 드론의 필요성이나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못지 않게 중국 업체 역시 분발하는 추세다. CES 2015에 참여한 중국업체 하워는 재난 재해가 발생한 지역에 구호품을 전달하는 등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다른 업체에 비해 드론 크기가 2~3배는 크고 훨씬 단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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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업체인 바이로봇은 스마트폰으로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드론파 이터 신형 키트를 공개했다. 소니 액션캠을 장착한 스포츠용 드론이 등장하는 등 점점 활용도가 높아지는 모습이었다. 드론은 본래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무선 비행기다. 하지만 촬영용 기기로 활용되며 점점 일상 속으로 침투해오고 있다. 최근엔 DHL, 아마존, 구글 등의 기업들이 드론을 이용한 무인 택배를 실험 중이다. 러시아의 도도피자나 영국의 도미노피자 역시 피자 배달에 드론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올해 상업용 드론의 시장 규모 역시 1억 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를 드론 상업화의 원년으로 삼았을 만큼 시장이 부쩍 커져가는 형세다.

Keyword 3 3D 프린터의 놀라운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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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5의 3D 프린팅 전시관에서는 이 시장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일단 작년만 해도 3D 프린팅의 개념을 알리기에 급급했다면, 이젠 실례를 보여주는 단계가 됐기 때문.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들이 3D 프린터를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적어도 어떤 영역에 활동하는지는 감이 잡히기 시작했을 것이다. 가장 유명한 대만의 XYZ 프린팅은 밀가루 반죽을 3D 프린터로 성형한 뒤 그 모양대로 오븐에서 구워낸 과자를 전시했다. 식품 분야에서도 3D 프린팅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 핸드백이나 의류 등 패션 소품을 프린팅해 전시한 업체도 있었다. 인체 모형이나 피규어, 의료용 제품 등 영역이 크게 확장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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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이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중 하나가 패션 액세서리다. 헤어 액세서리나 팔찌, 반지 등은 구조가 단순해 쉽게 형태화할 수 있기 때문. 기존에는 대량 생산을 전제로 생산해 개인 맞춤화나 손쉬운 샘플 작업이 어려웠지만, 이제 얼마든지 개인의 스타일이나 체격에 맞는 액세서리를 맞춤 생산할 수 있다. 3D 프린터를 응용해 만든 구두나 가방, 모자 등을 보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숨어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미 3D 시스템즈는 프린터 큐브 X 프로를 사용한 패션 액세서리 제작 서비스를 제작하고 있다.

특히 인텔 부스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거미 드레스는 3D 프린터 기술과 웨어러블을 더한 기술의 정점이었다. 인텔의 웨어러블 칩인 에디슨과 3D 프린터 기술이 결합된 로봇식 드레스로, 네덜란드의 패션 디자이너인 아누크 비프레흐트에 의해 제작됐다. 어깨에 장식된 거미 다리 형태는 모두 3D 프린터로 구현한 것. 이 다리들에 근접센서와 호흡센서를 연결해서 드레스 착용자의 호흡에 따라 거미 다리가 자세를 바꾼다. 예를 들어 호흡이 상승할 경우 주변 사람과의 거리를 측정해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거미 다리가 자동으로 펴지면서 방어태세로 바뀌는 것. 3D 프린팅 기술이 무궁무진한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디자인이다.

Keyword 4 스마트홈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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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물 인터넷(IoT)이 거실과 사무실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올해 CES는 주방 등 집 안 곳곳에서 사물인터넷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조금 더 쉬운 단어로 표현하자면 소비자의 삶을 가장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스마트홈의 시대가 왔단 얘기다. 사실 사물 인터넷이 나타내는 개념은 폭넓고도 다양하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같은 작은 제품에서 시작해 가전과 자동차, 스마트폰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 CES 2015에서는 그 중에서도 센서와 가전제품과의 연동을 통한 스마트홈 기술이 화두로 떠올랐다.

제조사별로 스마트홈 관련 전시를 따로 마련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보통 스마트홈이라고 하면 어렴풋한 이미지만 제시하곤 하는데, 이번엔 각종 센서 장비를 소개하며 구체적인 제품으로 실체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관부터 거실, 침실, 주방 주차장까지 모든 공간이 하나의 기기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나로 연결된 모습이다. 이야기로 설명하면 이해가 더 빠르다. 한참 TV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초인종을 울린다면? 현관에 설치된 센서가 방문객이 왔음을 알아차리고, 현관에 설치된 카메라가 촬영을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보던 TV 화면 한켠에 방문객의 모습이 영상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오븐에 넣어둔 구이 요리가 완성될 때 쯤에 TV 화면에 ‘요리 완성 10분전’이란 알람 메시지가 뜨는 것도 가능하다. 주방 싱크대에 센서를 설치해두면 스마트폰을 통해 물이 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국내 제조사들은 홈 드라이브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으로 어디서나 집 안의 데스크톱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복잡한 설치도 필요 없으며 홈 드라이브 계정만 만들면 접속할 수 있다. 이 계정을 통해 집 안에 있는 데스크톱 속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로봇 청소기는 와이파이로 연동해 조작할 수 있으며, 냉장고와 세탁기도 스마트폰을 통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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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5에서 가장 알기 쉽게 스마트홈을 구축한 업체는 미국의 로우스였다. 한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부스를 연출해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거실부터 주방, 침실, 세탁실까지 누군가가 실제로 살고 있을 것 같은 풍경안에 스마트홈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선반 하나하나까지 설치할 수 있는 다양한 센서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 모션센서나 스마트 허브 등의 제품은 기본이고 찬장이 열리는 걸 감지하는 센서나 싱크대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누수 방지 센서도 있었다.

천장엔 담배 연기에 반응하는 스모크 센서가 있으며 각 전자제품의 전원을 콘트롤하기 위한 스마트 플러그와 무선 카메라, 조명 센서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센서가 설치돼 있다.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곳에서도 내 눈과 귀가 되어주는 센서들이다. 내가 원하는 목욕물 온도를 알아서 맞춰주고, 귀가하기 전에 난방을 시작하고, 자는 동안 최적의 습도를 유지해주는. 건강과 편리함을 동시에 만족하는 새로운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마트홈이건 사물인터넷이건 어떤 용어로 표현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하나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우리 생활에 관련된 수많은 장소와 작업, 사람들에게 연결될 수 있다는 특혜는, 단순히 덜 움직이고 더 빠르게 조작하기 위함이 아니다.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며, 더 많은 것을 즐기고 살기 위함일 것이다.

Keyword 5 이것은 진짜 가짜, 3D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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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열풍과 함께 CES 2015에서 주목받은 것 중 하나가 바로 3D 가상 현실 기기다. 고글 형태로 생긴 헤드셋 디스플레이를 쓰면 3D 가상현실을 360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VR 기기를 보면 그야말로 미래세계가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 한번 체험해보면 그 강렬한 현실감에 놀라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다. 올해 CES에도 몇몇 제조사가 새로운 VR 기기를 선보였다.

선두주자는 역시 오큘러스다. 스마트폰과 결합해 사용하는 형태의 기어VR을 전시했는데, 전세계 관람객들의 관심이 지대했다. 디스플레이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가운데 있는 다이얼로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그 바로 옆에는 옴니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한 게임 장비를 전시햇다. 바닥에 트레드밀 같은 머신을 설치해 실제로 걷거나 뛰면서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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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밍 기어 제조사 레이저도 VR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에 발표한 OSVR 해커는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사용화 단계는 아니고 아직 개발 키트 수준이다.

고글 앞부분엔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를 넣었으며, 초당 60프레임을 지원한다. 픽셀 간 거리는 401ppm이다. 모션 센서와 콤파스 센서가 있어 손이나 머리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끊김없는 이미지를 구현한다. 개발 키트라고하지만 완성도가 상당하다.

이머전은 엘리아라는 VR 기기를 내놨다. 오큘러스의 기어VR과 같은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구동된다. 다른 점은 초점을 맞추는 방식. 다이얼을 이용해 양쪽 눈의 초점을 각각 맞출 수 있게 만들었다. VR과 연동되는 조이스틱을 개발해 함께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완전히 헬멧처럼 생긴 제품을 만든 곳도 있었다. 3DHead의 제품은 별도의 카메라가 없어도 헤드 컨트롤러와 헤드셋의 센서를 통해 정확한 헤드 트래킹이 가능하다. 수많은 제품과 아이디어를 관람하며 훗날 가상현실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글 | 기어박스 하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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