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영화속 악당들이 모두 영국인이라는 점…그리고 그들은 모두 재규어를 몬다.” 몇년 전 영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재규어의 고성능 스포츠카 F-TYPE 광고속 대사다. 이러한 F-TYPE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속 악당에 걸맞는 성능의 또 다른 차가 탄생했다. 바로 재규어랜드로버 내 특별한 차량 개발과 제작을 전담하는 조직인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즈(SVO)’에서 재규어 브랜드 최초의 SUV F-PACE로 제작한 ‘F-PACE SVR’이다.
최근 서울을 출발해 경기도 일대를 돌아오는 왕복 약 150㎞ 구간에서 재규어 F-PACE SVR을 시승했다. 중형 SUV로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737㎜·1959㎜·1670㎜, 휠베이스는 2874㎜의 크기를 보인다. 외관은 역동적인 디자인과 공기역학적인 설계로 SVR 모델만의 특별한 모습이다.
전면부의 거대한 흡입구는 차량의 강력한 성능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내며, 보닛에 위치한 2개의 벤트는 엄청난 ‘심장’을 품고 있음을 시사한다. 후면부는 리어 스포일러와 쿼드 테일파이프로 고성능 차량임을 강조한다. 특히 전면부와 후면부에 SVR 뱃지를 달고, 21인치 휠에도 SVR로고를 새겨 외관부터 확실히 차별화를 둔다. 
실내로 들어가면 세련되면서도 고성능을 강조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천장과 필러는 스웨이드로 마감하고, 아래는 온통 블랙앤 레드가 조화를 이루며 강력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다이아몬드 패턴 퀼트가 적용된 SVR 전용 퍼포먼스 시트는 날렵한 모습으로 스포티함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움까지 잡았다. SVR 전용 스티어링 휠은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이다.
에어벤트 조절 손잡이에까지 재규어 로고를 새겨 넣으며 실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손길의 흔적이 보인다. 로고 남발은 자칫 차량을 촌스러워 보이게 하는 역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그런 느낌은 조금도 없다. 센터콘솔의 협소한 수납공간은 센터페시아 양쪽 아래에 별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해 해결하고, 2열에도 열선을 적용해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췄다. 
사실 F-PACE SVR은 낮보다 밤에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세련된 UI로 디자인된 12.3인치 계기판과 10인치 디스플레이, 그리고 도어트림, 대시보드에 적용된 엠비언트 라이트에서 함께 뿜어내는 빛은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동을 키면 마치 맹수인 재규어가 ‘으르렁’ 대는 듯한 묵직한 배기음을 뿜어낸다. 엔진의 강력한 힘은 실내의 진동으로 전달된다. SVO에서 제작한 5.0ℓ 수퍼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만나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9.4㎏.m의 성능을 발휘하는 F-PACE SVR은 높은 출력으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빠르게 튀어 나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3초에 불과할 정도다.
특히 주행모드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게 특징이다. 에코모드에서는 일반모드 대비 출력을 적절하게 억제하며 연료소모를 최소한다. 다이나믹 모드로 바뀌면 계기판과 엠비언트 라이트가 붉게 물들고 배기음이 커지며 질주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스포츠카 답게 섀시는 단단한 느낌이 강하고, 고성능을 감당하기 위해 브렘보 브레이크를 탑재해 우수한 제동력을 자랑한다. 
SUV지만 코너링에서 불안함을 느껴지지 않는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IDD)’가 적용돼 우수한 접지력과 주행 안전성을 제공하며 언더스티어링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다만 강한 펀치력으로 폭발적인 가속보다는 묵직하게 밀고나가는 느낌이 강하다. 이때 기어 노브를 왼쪽으로 당기면 출력을 높이고 성능을 끝까지 몰아 붙여 팝콘 터지는 사운드와 함께 더욱 부드러운 가속을 보인다.
고속에서도 퍼포먼스 시트가 몸을 확실하게 잡아줘 고성능을 즐기기에 전혀 부족함 없다. 심플한 디자인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계기판 오른쪽에 위치한 내비게이션 지도는 포르쉐보다 위치 정보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며 주행에 편리함을 더한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최고의 개방감을 선사한다.
한편 재규어 F-PACE SVR의 판매가격은 1억2650만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