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팝 아티스트 줄리안 오피 : 익숙한 일상에서 예술로 찾아낸 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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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팝 아티스트 줄리안 오피 : 익숙한 일상에서 예술로 찾아낸 비일상

줄리안 오피는(JuIian Opie)는 1958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성장하여 1979년부터 1982년까지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파인아트를 전공했다. 그는 영국 현대미술의 주역을 여럿 배출한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일찍이 두각을 나타내었다. 화가이자 설치 미술가이며 유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의 경계를 넒혀 나가는 멀티아티스트이다. 1960년대 팝아트 제왕 앤디 워홀 이후 가장 대중적인 작가이자 동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팝아티스트로 손꼽힌다.

줄리안 오피는 1980년대 건축물이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오브제들을 재해석한 독특한 사물들을 구축해내는 조각가로서 처음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물’에 집중하기 시작한 줄리안 오피는 특정 장소의 인물을 보여주면서 그 도시의 분위기와 역동적인 삶을 표현해냈다. 그의 작품은 익숙한 회화적 매체뿐만 아니라 LED와 같은 첨단 매체를 사용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단순한 선과 형태로 보여주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팝 이미지를 창조했다. 사진과 영상에서 얻은 이미지를 컴퓨터로 단순화시킨 다음 회화, 조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출력해 보여준다. 단 몇 개의 선으로 완성한 인물의 형상은 현대인의 익명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역동성이 강조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의 파사드를 비추는 미디어아트 ‘People Walking(2009)’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매 시각 10분씩 서울스퀘어 정면 벽면을 미디어 캔버스로 활용해 작품을 선보였다. 건물 4층부터 23층에 설치된 4만 2000개의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나타냈다. 단일 미디어 파사드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흐름을 시작과 끝을 구분할 수 없이 반복 연출되어 현대 도시에서 사람들의 끝없는 흐름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극도로 절제되고 정교한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자세히 보면 관절의 움직임, 팔다리 흔들림의 각도 등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다.

 “호기심이 내 작업의 원천이다. 나는 눈으로 직접 보고 관찰한 것만 작품으로 옮긴다.” – 줄리안 오피

그의 작품 철학이다. 이렇듯 선을 최대한 단순화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음의 미니멀한 이미지가 깨질만큼 인물의 디테일이 대단하다. 흡사 실제 인물을 보는 듯 생생하게 연출된다.

또한 그는 자신의 전시가 열리는 도시에서 포착한 지역과 장소의 이미지들을 반영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2014년 서울 전시에 맞춰 그는 사진가를 고용한 후 지나가는 행인들을 촬영하게끔 했다. 비 오는 날의 거리를 포착한 작품으로 ‘Walking in Sadang-dong in the Rain’이 대표적이다. 사당동에서 포착한 군중의 풍경을 두고는 “이제까지 내가 만든 작품 중 가장 복잡한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산을 펼치면 사람들의 포즈도 변하고, 우산 부피에 작품 크기가 영향 받으며, 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색감과 반사의 정도를 면밀히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외에도 호주, 인도, 영국, 미국 등 다양한 도시에서 진행해온 이 시리즈는 ‘현대의 초상화’라 불린다. 이런 방식의 작품을 통해 해당 도시의 관객과의 친밀한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 Academic(2013) >

 

이러한 줄리안 오피의 작품 중 KCC오토그룹 염창동 본사에 전시 중인 ‘Walking’ 시리즈 중 하나인 ‘Academic(2013)’은 LCD 화면을 통해 걷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표현한 연속 루프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또 다른 작품인 ‘Walking Figures’는 3D 이미지 기법의 하나인 렌티큘러로 다층의 이미지가 중첩되기 때문에 정면에서는 고정된 이미지로 보이지만 각도를 달리하면 이미지가 변형되어 보인다.

 

                                          < Mechanic(2014) >     

                                         < Waitress(2014) >

 “아무리 거리에서나 잠시 멈춰 지나가는 군중들을 바라보라. 이 걸어가는 인물들에게서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의 목적에 휩싸여 있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옷차림을 연출하면서도, 낯선 이들과 뒤섞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작위적인 춤을 창조해낸다.” – 줄리안 오피

 

그의 작품은 인물뿐만 아니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집 주변, 여행 등에서 만나는 동물들의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작업을 한다고 한다. 개, 고양이, 말, 소, 수탉 등의 동물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동물이지만 산업적 환경을 연상시키는 인공적인 원색을 사용함으로써 독창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2023년 5월 줄리안 오피는 부산을 찾았다. 그는 ‘걷는 사람들’의 형태를 탈피해 새로운 인체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틱톡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우연히 셔플댄스를 보게 되었고 셔플댄스의 춤동작에 매료돼 작품으로 옮겼다. 그것이 바로 ‘춤추는 사람들’로 그는 댄서인 딸 이모전과 그의 댄서 친구들이 직접 추는 셔플댄스를 보면서 5개 동작을 선별하여 회화, 조각, 영상, 모자이크, VR, 라이브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형태로 작품화했다.

줄리안 오피는 “예술작품은 시각이라는 하나의 감각을 요구하지만 저는 다층적인 감각을 사용해서 몰입할 수 있도록 관객이 제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기를 원한다”며, “우리가 익숙하게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탈피하는 습관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비일상적인 것을 찾는 것, 그리고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염참동 본사에는 줄리안 오피 외에도 다수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유명 미술관에서나 즐길 수 있는 가치 높은 작품들을 사무실에 전시함으로써 직원들에게 새로운 활력과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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