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무장한 세단과 상품성을 개선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앞세워 올해 판매량이 급증했다. 활발한 신차 출시와 함께 볼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충한 것도 판매량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 타타자동차에 인수된 후 대대적으로 이뤄진 디자인 혁신과 전세계적인 SUV 열풍에 힘입어 글로벌 판매량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달까지 1만2,93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55.1%가 늘었다. 올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1만5,000대 가까이 판매해 수입사별 판매 순위가 폭스바겐코리아를 제치고 4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별로는 재규어가 3,292대를 팔아 32.6%가 증가했고 랜드로버는 전년 대비 64.7%가 늘어난 9,639대를 팔아 1만대 판매를 목전에 뒀다. 특히 SUV 전문 브랜드인 랜드로버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944대이던 랜드로버의 판매량은 지난해 7,171대로 5년만에 7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53.4%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60%가 넘는 성장률을 나타내며 프리미엄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잇다.
재규어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726대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2,000대 판매를 넘어선데 이어 올해 3,50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성장세는 비단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재규어는 지난 10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11만7,768대를 팔아 전년대비 74%가 급증했다. 랜드로버도 같은 기간 36만2,581대를 판매해 12%가 늘었다. 올해 재규어랜드로버의 글로벌 판매량은 60만대를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10만대 넘게 늘어난 수치다.
재규어랜드로버의 판매 증가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디자인과 성능 등 상품성이 크게 개선됐다.
재규어는 이안 칼럼 디자인 총괄 디렉터의 주도로 XE·XF·XJ 등 세단 차종의 디자인을 확 바꿨다. 유려하고 볼륨감이 강했던 재규어 디자인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이미지를 강조한 디자인을 적용한 세단을 내놓으면서 고객층이 한층 넓어졌다. 차체에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새로운 인제니움 엔진을 탑재해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갖추는 등 상품성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준중형 세단인 XE는 지난달까지 1,434대가 팔려 전년대비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 3월에 출시한 XF도 1,000대 이상 팔리면서 프리미엄 중형 세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랜드로버는 고급 SUV 모델인 ‘레인지로버’와 대중적인 모델인 ‘디스커버리’가 쌍두마차가 돼 판매를 이끌고 있다. 레인지로버는 소형 SUV인 ‘이보크’(1,970대)를 포함해 4,071대가 팔렸다. 이보크를 제외한 레인지로버의 대당 평균 가격이 1억5,000만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랜드로버의 탄탄한 입지를 가늠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 판매 증가의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3,312대가 팔려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고 ‘디스커버리4 3.0’(2,256대)도 19.4%가 증가했다. 디스커버리만 총 5,578대가 팔려 랜드로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꾸준한 신차 출시도 재규어랜드로버의 성장 요인이다. 지난해부터 XE·XF·XJ 등 세단 모델의 신차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재규어 최초의 SUV인 ‘F-페이스’도 선보였다. 랜드로버 역시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을 올해 출시했다. 내년에는 신형 디스커버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내년까지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25개 이상으로 늘리고 인증중고차 전시장도 꾸준히 늘릴 계획”이라면서 “판매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 고객들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통합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