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명성 안주 않고 기술 혁신에 과감한 투자, 다양한 신차로 판매량 늘려
‘영국 왕실이 인정한 명차’ ‘사막의 롤스로이스’ ‘럭셔리 SUV 브랜드의 대명사’.
완성차 업체 재규어랜드로버에 붙는 다양한 수식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수십년간 영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다. 억대를 넘나드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급차의 대명사’로 자동차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도 직전까지 갈 정도로 실적은 처참했다. 영국인들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혔다.
그랬던 재규어랜드로버가 보란 듯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인도 타타그룹에 인수된 이후 실적이 날개를 달며 과거 명성을 회복하는 걸 넘어, 새로운 명차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포드 이어 타타그룹에 팔리는 신세로
▷자존심 상했지만 금융위기 딛고 부활
지금은 하나의 회사가 됐지만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전혀 다른 성격의 브랜드다.
랜드로버는 1948년 영국의 모리스 월크스, 스펜서 윌크스 형제가 만든 회사로 당시만 해도 신개념인 4륜 구동차만 생산해왔다. 탱크처럼 강력한 힘과 견고한 차체를 기본 콘셉트로 오프로드에 최적화한 4륜 구동의 선구자로 불린다. 4륜 구동 최초의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알루미늄 V8 엔진, 4채널 ABS 브레이크, 내리막 주행제어장치(HDC),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등 끊임없는 첨단기술 개발로 4륜 구동의 미래를 개척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랜드로버는 1950년대부터 영국 여왕이 우방국을 방문할 때 현지에서 타고 다니는 수행 차량으로 선택될 만큼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한국을 방문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을 때 랜드로버 플래그십 모델인 ‘레인지로버’를 타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재규어는 창립자 윌리엄 라이온스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중 살아 있는 생명체에 가장 가까운 것은 자동차’라는 철학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정글 표범(jaguar)의 생동하는 곡선이 디자인의 출발이다. ‘아트 오브 퍼포먼스(Art of Performance)’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걸맞게 매혹적인 디자인,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차량을 매년 선보이는 중이다.
이처럼 화려한 역사를 자랑해온 랜드로버와 재규어는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 도태되며 한동안 암흑기를 겪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1980년대 이후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미국 포드는 1989년 재규어를 ‘브리티시 레이랜드’로부터 인수하고, 2000년엔 BMW로부터 랜드로버까지 사들였다. 두 회사 모두 포드 품에 안겼지만 분위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쟁쟁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해 성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소비자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차량 고장이 빈번했고 유지비가 높아 ‘잔고장의 대명사’라는 악평에 시달렸다. 포드 경영진은 재규어랜드로버 실적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매각을 고민한다.
‘퇴물 브랜드’ 취급을 받던 재규어랜드로버는 그렇게 또다시 팔리는 신세가 됐다. 2008년 3월 인도 타타그룹이 재규어랜드로버를 사들였다. 당시 타타그룹은 인수대금으로 포드에 23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지급했다.
그런데 이번엔 ‘헐값 인수’ 논란이 불거졌다. 포드는 앞서 1989년 재규어를 25억달러에, 2000년 랜드로버를 27억달러에 인수했다. 게다가 포드가 재규어랜드로버에 투입한 손실보전액만 50억달러에 달했다. 이 비용만 합쳐도 100억달러를 넘는다. 이를 감안하면 타타 인수금액(23억달러)이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논리다.
영국이 자랑하던 ‘명차 브랜드’가 피식민지 국가였던 인도에 넘어간 걸 두고도 말들이 많았다. 후진국 인도인들에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영국 고급 브랜드를 넘길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선진 기술만 빼먹고 튀는 이른바 ‘먹튀’로 고급 브랜드 위상을 잃고 인도산 저가 브랜드로 전락할 거란 얘기가 나돌았다. 타타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거란 우려도 나왔다. 사실 타타그룹은 인도에서도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이 넉넉한 우량기업으로 유명하지만 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잠잠히 지켜보던 타타자동차 주주들도 들고일어섰다. 이들은 “실적도 좋지 않은 부실 브랜드를 너무 값비싸게 사들였다”며 경영진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실적을 회복하려면 포드 이상의 회생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질타했다.
논란이 커지자 라탄 타타 회장은 주주들에게 재규어랜드로버 인수 배경과 목적을 차분히 설명했다.
“저희가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하려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인도 2위의 SUV 상용차 생산업체인 타타자동차가 SUV 원조 격인 랜드로버를 소유한다면 그 이익이 막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지금이야말로 유수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최고급 승용차 브랜드 재규어를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라탄 회장의 발언과 달리 재규어랜드로버는 타타그룹에 인수되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2008회계연도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16만7000대에 그쳤다. 그해에만 무려 4억48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완성차 업계에선 “재규어랜드로버 탓에 머지않아 타타그룹이 부도날 것”이란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위기의식이 생긴 타타그룹은 1만6000명이던 재규어랜드로버 직원을 1만명으로 줄이고 잉글랜드 공장 한 곳을 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009년 당시 재규어랜드로버 글로벌 판매대수는 15만8000대에 불과했다.
곧 부도날 것 같았던 재규어랜드로버는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2010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타타그룹 주도로 철저한 구조조정, 경영 혁신을 추진한 덕분에 자동차 판매량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2010회계연도에만 세계 시장에서 24만3621대 차량을 팔아 1년 새 매출이 26%가량 늘었다. 지긋지긋한 적자에서 벗어나 7500만달러가량 순익도 냈다. 실적이 살아나자 직원 수도 다시 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당시 1만명에 그치던 직원 수가 2만8000명으로 불어났다(2014년 기준). 이후 재규어랜드로버는 본격적으로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지난 5년간 재규어랜드로버의 판매 성장률만 평균 17%에 달한다. 덕분에 지난해 재규어랜드로버 글로벌 판매량은 58만3312대로 브랜드 사상 최대 판매기록을 세웠다. 재규어만 놓고 보면 지난해 14만873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77%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재규어랜드로버 부활 비결은
▷신차 개발 수십조 투자, 라인업 늘려
글로벌 완성차 업체마다 재규어랜드로버가 화려하게 부활한 비결을 궁금해한다. 재규어랜드로버 실적이 급반전한 배경은 뭘까.
첫째, 피인수기업 경영진·직원을 철저히 신뢰하는 인도 기업 특유의 경영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라탄 회장은 재규어브랜드를 인수하자마자 이렇게 밝혔다.
“재규어랜드로버 브랜드에 대해 굉장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두 브랜드 명성과 경쟁력, 정체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하겠다. 이를 위해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경험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자율을 허용하는 정책을 취할 것이다.”
그리고선 곧장 재규어랜드로버 회생에 나섰다. 인수 협상을 체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으로 날아가 재규어, 랜드로버 영업소 딜러부터 일일이 만났다. 딜러들은 최고경영자가 멀리서 직접 찾아왔다는 소식에 어리둥절해 했지만 그만큼 대표가 회사 경영에 전력을 쏟는 모습에 감명받고 자신감을 되찾아갔다. 라탄 회장은 평소에도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만날 만큼 소탈한 인물로 유명하다.
특히 타타는 재규어랜드로버 인수 이후 본사 인력을 거의 파견하지 않았다. 프리미엄 상용차 경영 경험이 풍부한 현지 전문경영인들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임했다. 본사 간섭을 최대한 줄이는 일종의 ‘핸드오프폴리시(Hand-Off Policy)’를 진행한 것. 대부분 의사결정은 영국 본사에서 재규어랜드로버 이사회가 한다. 타타 임원들은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포드에 인수될 때만 해도 재규어랜드로버 노조는 자동차 업계에서도 강성노조로 유명했다. 당연히 타타그룹에 넘어간 후에도 타타 경영진과 심각한 불화를 겪을 거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타타는 강성노조와 타협하고 이들 의견을 존중하는 정책을 펼쳤다. 현지 직원, 경영진 존중 정책 덕분에 직원 생산성이 오히려 높아졌다.
둘째, 무리한 구조조정을 피한 것도 효과를 봤다.
타타그룹이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한 후 아예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어쩔 수 없이 직원 6000명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직원을 줄일 때도 다른 기업과 달랐다. 무작정 내쫓는 정리해고 방식을 철저히 피했다. 대신 몇 달씩 무급휴가를 주거나 연휴 때 조별로 돌아가며 개인별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식으로 해고 인원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부득이하게 감원할 때는 정규직 대신 파트타임 직원들을 먼저 내보내는 식으로 노조 반발을 달랬다.
셋째, 과거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 혁신, 신차 출시 등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도 주효했다. 타타그룹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초소형 자동차 나노를 개발했듯 기술 혁신은 타타에 내려오는 오랜 전통이자 성장동력의 원천이다.
사실 재규어랜드로버는 고급차 이미지가 강하다. 차량 가격이 비싸 일반 대중에겐 진입장벽이 높은 차기도 하다. 이를 두고 고심하던 경영진은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고객층을 넓히려 신제품을 계속 내놨다.
대표적인 모델이 도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SUV ‘디스커버리 스포츠’다. 레인지로버 기본 기능과 함께 첨단 사양을 갖췄음에도 2017년형 디스커버리 스포츠 판매가격은 5980만~7040만원 수준이다. 이를 통해 랜드로버는 럭셔리 SUV 모델 ‘레인지로버’와 대중적 레저 모델 ‘디스커버리’의 투톱 체제로 판매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자동차 1대당 평균 가격이 1억원대를 넘는 레인지로버를 통해 프리미엄 SUV 시장을 공략했고, 디스커버리 스포츠 등 가격을 낮춘 모델을 대거 출시해 판매량을 늘렸다.
재규어도 다양한 차종을 개발해 라인업을 늘리는 데 힘썼다. 1999년 합류한 이안 칼럼 디자인 총괄디렉터 주도로 XE, XF, XJ 등 세단 차종 디자인을 대폭 바꿨다. 플래그십 세단 뉴 XJ를 필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불리는 E-TYPE을 계승하는 매혹적인 2인승 스포츠카 F-TYPE,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 ‘올 뉴 XF’, 프리미엄 콤팩트 스포츠 세단 XE, 브랜드 최초로 등장한 SUV F-PACE까지 5가지 라인업을 구축했다. 재규어 역사상 가장 넓은 스펙트럼의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고급화에 소홀한 건 아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갈수록 높은 사양을 원하는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특별한 차량’을 전담하는 SVO(Special Vehicle Operations)라는 부서를 신설했다. 2014년 6월 설립된 SVO는 고성능 차량과 개별 주문, 한정판 모델 개발 등을 전담하는 부서로 브랜드별 최고 성능 차량과 하이퍼 럭셔리 차량들을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레인지로버스포츠 SVR과 재규어 F-TYPE 프로젝트 7이 대표적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SVO 지원을 위해 영국 코벤트리 근처에 2000만파운드를 투자해 새로운 SVO 테크니컬 센터를 건립했다. 2만㎡ 규모로 F1에서 영감을 받은 워크숍과 전문 페인트 스튜디오를 갖췄다. 150명의 전문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이 이곳에서 고성능 차량 개발에 힘을 쏟는다.
타타그룹은 지금도 매년 거액의 자금을 신차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고객제일주의’ 기업철학을 이어오기 위해 2012년부터 5년간 신차 개발에 120억파운드(약 17조4000억원) 이상 투자를 진행해왔다.
중국, 브라질에 새로 공장을 짓고 슬로바키아 공장을 신설하는 등 현지 수요가 늘어나는 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해 적재적소 차량 공급에 나섰다. 2016~2017년 회계연도에도 제품 개발, 생산설비 확장에 37억5000만파운드(약 5조43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신차 개발 비용 부담이 크지만 타타그룹은 재규어랜드로버 IT 사업을 타타그룹 IT 자회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인도 IT 인력 비용은 영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재규어랜드로버 공장 IT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운영 등 관련 업무를 타타에 맡겨 연간 수백만달러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인터뷰 | 오화석 교수가 말하는 재규어랜드로버 경영 시사점
‘깨어 있는 자본주의’로 임직원 신뢰 회복
Q 타타그룹 경영철학을 두고 ‘깨어 있는 자본주의’라는 분석이 많다.
A 미국 등 서구 회사들은 다른 기업을 인수하면 무작정 실적, 경영 효율성만 강조한다. 그렇다 보니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거나 직원을 마치 종 부리듯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타타그룹이나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그룹 등 인도 기업들은 다르다. 회사 경영이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 직원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이른바 ‘깨어 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 경영철학이 잘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는 ‘상생 자본주의’ 대가인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가 제창한 개념으로 경영 효율뿐 아니라 종업원과 지역사회 복리까지 생각하는 기업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 기업처럼 효율성만 강조한 탓에 노사 갈등이 빈번하고, 수시로 임직원 구조조정을 하는 한국 기업들과 대비된다.
Q 재규어랜드로버가 부활한 것도 임직원을 존중하는 정책 덕분인가.
A 재규어랜드로버 임직원들은 ‘타타그룹에 인수되면서 일할 맛이 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타타그룹이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게 아니라 재규어랜드로버 임직원을 믿고 경영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를 위해 희생한 임직원에겐 ‘무한보상’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그래야 직원들이 회사에 그 이상으로 기여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례 하나를 들겠다. 2008년 11월 26일,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서 ‘인도의 9·11 테러’로 불리는 최악의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188명이 숨지고 300명 넘게 부상당했다. 타타그룹 창업주인 잠셋지 타타가 세운 타지마할호텔도 타격을 입어 수십 명 직원들이 희생됐다. 라탄 회장은 회사가 해줄 수 있는 가능한 한 모든 보상을 하라고 지시했다.
타타그룹의 보상책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일단 직원 근무연수와 무관하게 사망한 시점부터 은퇴할 때까지 모든 급여를 지급했다. 또한 사망 직원 유자녀들과 부양자들의 평생 학비, 의료비를 지원했다. 게다가 액수와 관계없이 사망 직원이 진 모든 부채를 탕감해줬다. 사망한 직원 모두에게 각각 360만~850만루피(약 9000만~2억1250만원) 위로금까지 지급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600달러가량에 불과한 인도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보상조치로 화제가 됐다. 기껏해야 직원 보상액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에 그치는 한국 대기업과 대비된다. 라탄 회장은 또 테러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직원 80여명 집을 일일이 방문해 위로했다. 희생자들 장례식 때도 회사 고위층들과 함께 사흘 내내 희생자 가족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위로했다. 그만큼 직원을 존중하다 보니 타타그룹 직원들은 어느 기업보다 충성심, 애사심이 강하다.
Q 한국 기업이 본받을 점은 없을까.
A 타타그룹 계열사였던 세계 2위의 복합 차 생산업체 타타차(Tata Tea)는 한때 대규모 차 농장을 운영해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찻잎 판매가격이 떨어지면서 2000년대 들어 위기를 맞았다.
고민 끝에 타타 경영진은 2004년 모두의 예상을 깬 특단의 결정을 내린다. ‘카난 데반 힐스 플렌테이션’이란 회사를 만든 후 19개 농장 총 지분의 75%를 1만2000여명 노동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는 것이다. 타타그룹은 타타차 19%, 타타그룹 자선단체인 타타트러스트 6% 등 25% 지분만 보유하기로 했다. 파격적인 결정에 인도 재계는 화들짝 놀랐다. 노동자 소유의 기업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라탄 회장은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다행히 이 회사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노동자 1인당 생산성은 2005년 출범 직전 28㎏에서 2009년 68㎏으로 급증했다.
직원들이 자신들 소유인 회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열정적으로 일한 덕분이다. 특히 타타가 새 회사와 완전히 연을 끊지 않고 일정 지분을 보유해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대부분 인도 기업인들은 본인이 잘나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지원 덕분에 회사가 성장했다는 믿음이 강하다. 한국에선 삼성,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많지만 타타그룹처럼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오화석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장·배재대 교수]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10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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