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광 내리쬐고 소음 없어…친환경·자동화 집약,생산라인 유연화
한 라인에서 여러 모델 조립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첨단 생산기지 ‘팩토리56’은 밝고 고요한 자동차 공장이었다.
이곳은 벤츠 최대 생산기지인 진델핑겐 공장에서도 탄소중립과 제조업 전동화·자동화에 몰두한 벤츠 미래 전략의 결정체다. 2020년 9월 축구장 30개 크기인 22만㎡ 부지 규모로 문을 열었다.
화사한 최첨단 공장…친환경·자동화 집중
생산 라인에 들어서자 벤츠 S클래스 수십대가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기름때로 상징되는 기존 제조업 생산 공장의 분위기는 찾기 힘들었다. 팩토리56의 지붕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설치돼 연간 공장 전력량의 30%를 감당한다. 지붕 면적 40%는 녹지로 조성됐고, 빗물 보관 시스템도 구비됐다. 이를 통해 빗물에서 오염물질을 분리한 뒤 산업용수 등으로 활용한다. 또한 재활용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종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부품은 공장 내 400여대 AGV가 스스로 운반한다. 바닥의 전자기선을 통해 자동화 기계가 움직인다. 그 와중에도 사람과 장애물을 인식하면 알아서 멈춘다. 팩토리56 관계자는 “AGV들이 각종 부품을 정확하게 배송하면서 효율이 오르고 작업자들이 더욱 안전해질 수 있었다”라며 “물동량이 몰리는 교차로 구간에서도 서로 인식하고 양보하면서 일정한 질서를 일궈낸다”라고 설명했다.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과 결합한 차체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작업자들에게 이동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조립된 차량을 80도가량 회전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생산라인 유연화…한 라인에서 여러 모델 조립
생산 차종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 공장에서는 벤츠의 고급 모델인 마이바흐와 S클래스, EQS, AMG 등을 생산한다. 내연기관차는 물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를 한 라인에서 모두 생산할 수 있다. 실제로 동력장치 조립 구역에서는 EQS와 S클래스, 마이바흐 등이 나란히 한 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다.
전 세계 공장의 생산 정보를 통합한 ‘MO360’ 시스템도 팩토리56의 핵심으로 꼽힌다. 모든 부품과 차체에는 바코드와 QR코드가 찍혀있다. 과거에는 종이 서류가 딸려왔지만 이제는 모두 전산화됐다. 차량 모델, 수출국 등 다양한 정보가 모니터에 표시된다. 언제 어디서 작업 됐는지 모두 추적할 수 있다.
여기에 MO360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벤츠 공장의 공급망 정보를 관리한다. 부품 공급이나 수요·공정 상황에 따라 생산 속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또 인공지능(AI)·빅데이터·디지털 트윈 기술로 오류도 예측하고 사고를 방지한다.
자동화 속에서도 사람 중심
라인 곳곳에는 작업자들의 휴게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공간은 식탁과 소파, 주방과 조리도구, 냉장고 등이 비치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별도의 방이 아니라 칸막이조차 없이 개방돼 있다는 것이다. 쾌적한 공장 내부 환경 덕에 작업공간과 별도로 격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식당 이동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공장 곳곳에 푸드트럭도 있다.
향후 벤츠는 내년부터 팩토리56 제작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공장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인도받을 차량의 제작과 검품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최종 출고 전 기념사진도 촬영하는 식이다. 벤츠 관계자는 “차량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는 남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