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코번트리에 위치한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센터는 재규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디펜더 등 크게 4가지 제품 라인으로 분류돼 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클래식 가운데 연간 50여대 정도가 복원 과정을 거쳐 새롭게 변신한다. 작업 과정에는 평균 1년이 소요되지만 완전히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에서 이들은 ‘리본(reborn)’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렇다면 클래식이 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팀 해닉 매니저는 단종된 날짜로부터 10년이라고 말한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클래식으로 부르기에 다소 짧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오래 지속되려면 클래식이 되는 순간부터 관리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말 이 차가 실제 만들어져 판매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 부문의 팀 하닉 매니저는 “가능성은 늘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며 “디자인은 과거로 돌아가되 타는 것은 미래가 될 수 있어 흥미롭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마마이트(Marmite)’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흔히 이스트 추출물로 만든 영국식 잼 마마이트는 독특한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히 나뉘는 식품이다. 좋아하거나 아니면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다. 마치 한국의 홍어와 비슷하다. ‘적당히’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재규어 E타입의 변신 과정은 흥미롭다. 먼저 1960년대 내연기관의 성능과 비슷한 수준이 되도록 40㎾h 배터리를 탑재하고, 최대 294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활용했다. 그리고 파워트레인 변신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전기 모터와 감속 기어는 E타입의 기어박스와 동일한 장소인 배터리팩 바로 뒤에 배치했다. 이를 두고 팀 해닉 매니저는 “새로운 전기 파워트레인을 기존 E타입 구조에 통합해 언제든지 그 자리에 다시 일반 엔진을 재장착할 수 있다”며 “반대로 생각하면 XK 엔진이 장착된 모든 클래식 재규어를 전기화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짧은 구간 동승석에 앉아 주행 감성을 느꼈다. 역시 전기차답게 가속성능이 뛰어나다. 과거 내연기관에 비해 0-100㎞/h는 5.5초로 빠르다. 계기판 등은 현재 재규어랜드로버에 적용되는 디지털로 바꿔 첨단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이외는 과거 그대로여서 한편으로는 시간을 거슬러 오른 느낌도 적지 않다.
재규어랜드로버가 클래식 센터를 설립하면서 컨셉트로 정한 것은 과거와 현대의 조화다. 내연기관 E타입이 전기차로 변신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며, 복원 과정에서 최대한 원형을 살리되 현대적 감각 부여가 가능한 부분은 과감하게 과거를 버리기도 한다. 팀 해닉 매니저는 “한국에서도 점차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클래식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가 녹아 있다는 점에서 서서히 한국도 클래식 문화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래식 센터를 벗어나며 얼핏 머리를 스친 감정은 ‘부러움’이다. 한국 또한 스스로 자동차강국임을 자처하지만 클래식 문화는 거의 전무해서다. 최근 일부 마니아를 중심으로 고개를 드는 중이지만 여전히 기반은 취약하다. 이에 대해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장은 “과거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는 사례는 많다”며 “하지만 재규어 E타입처럼 아름다운 디자인을 유지하되 심장이 바뀌는 사례는 전무한 만큼 시장 가능성을 살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출처 – AutoTimes(http://autotimes.hankyung.com/apps/news.sub_view?popup=0&nid=01&c1=01&c2=01&c3=&nkey=201802280633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