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모빌] “이성적 분석넘어…감성적 울림주는 디자인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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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첫 한국인 디자이너 박지영

어느 곳에나 최초 타이틀은 있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을 딛고 전문 분야에 첫 발자국을 찍으며 세계적인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면 더 평가할 만하다. 짧은 토종 자동차 디자인 역사 속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 종횡무진하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바로 그런 부류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이들 손자국이 녹아 있는 차를 국내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수입차 판매 돌풍을 일으킨 볼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에는 ‘토종 맨파워’ 이정현 디자이너 손길이 묻어 있고 BMW(강원규 디자이너)·푸조(신용욱 디자이너)에도 간판급 한국 디자이너가 작품을 만들고 있다.

‘젊은 피’도 속속 글로벌 브랜드에 입성하고 있다. 재규어 최초 한국인 디자이너인 박지영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30)가 대표 기수다. 박 디자이너는 중앙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2012년 영국왕립예술학교(RCA)를 거쳐 2014년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스튜디오에 입사한 ‘샛별’이다. 콘셉트카 프로젝트와 미래 디자인을 개발하다가 입사 3년 만에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올라서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인 디자이너의 공통된 강점이 있다”며 “이성적 분석이나 해석을 뛰어넘을 감성적 울림이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디자이너는 대학 입학 전까지 자동차에 전혀 관심이 없던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영국 RCA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25년간 해외여행 한 번 나가본 적도 없다. 전형적인 한국 토박이가 세계 유수 브랜드 미래 디자인 키를 쥐게 된 셈이다. 그는 역설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자동차를 바라봤던 신선한 시각이 디자인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하면서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했다”며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느냐는 도전 의식으로 대학 디자인 동아리(ADM)에 가입한 것이 시작”이라고 운을 뗐다.

경험의 폭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디자인 세계에 첫발을 디뎠지만 막상 해보니 재능이 잘 접목되는 것을 느끼면서 자기만의 비전을 품기 시작했다는 소감도 밝혔다. 그는 업계에 몸담은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굵직한 프로젝트를 잇달아 떠맡으며 빠르게 내공을 가다듬고 있다. 현재 박 디자이너는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팀에서 외장 디자인을 맡고 있다. 향후 10년간 회사 포트폴리오를 계획하는 중책이다. 콘셉트카와 주요 모터쇼에 올라갈 쇼카에도 집중하며 양산차 초기 단계 방향성도 설정한다. 그는 “곧 양산될 전기차 ‘I -PACE’ 이후 공개될 차 가운데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제외한 대부분 신차 프로젝트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굉장히 다양한 자동차를 만들어보며 실험하고 있고 그중 몇몇 프로젝트는 곧 콘셉트카나 신차로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왜 하필 많은 해외 브랜드 중 재규어를 선택했는지 묻자 “RCA에서 공부하는 동안 영국의 매력을 알아가기 시작했다”며 “이 문화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기고 싶어 영국 문화와 역사에 뿌리를 둔 재규어에 매력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디자인하고 싶은 차와 관련해서는 “처음 디자이너가 되고자 했을 때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차를 디자인하고 싶었다”며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국 자동차 디자인 역량은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회사에는 이미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대거 포진했다”며 “점점 한국적인 디자인을 확립해가는 과정에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는 한국 차로는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공개된 기아차 콘셉트카 ‘프로시드(Proceed)’를 손꼽았다.

재규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꼽을 만한 차로는 스스럼없이 고성능 스포츠카 ‘F-TYPE’을 뽑았다. 박 디자이너는 F-TYPE을 가리켜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는 “실수를 하면서 자신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성숙한 조언을 들려줬다.

그는 “학생 생활을 하는 시간은 앞으로 쉽게 주어지지 않을 귀한 ‘리허설 무대'”라며 “실전처럼 진지하게 임하는 자리인 동시에 나만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예상치 못한 실수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것이 허락된 시간”이라고 말했다.

 

기사출처 – 매일경제(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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