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위해 가정을 포기하는 것을 당연시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워라밸(Work-And-Life Balance)`을 추구하는 30~40대가 늘고 있다.
워라밸은 자동차 선택에도 점차 영향을 주는 분위기다. 운전을 책임지는 가부장 중심으로 차를 선택하지 않고, 가족 중심으로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장소나 목적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차량이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평소에는 정숙하고 세련된 출퇴근용이나 비즈니스용으로 사용하다가, 주말이나 휴가 기간에는 어린이는 물론 노부모까지 모두 태우고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차를 선보이고 있다. 워라밸을 가장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자동차는 대형 SUV다. 대형 SUV는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기름 먹는 하마`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지만 SUV 대세에 힘입어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여기에 디젤게이트로 클린 디젤 신화가 깨지면서 기름 값 싸고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나 통하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가솔린 대형 SUV들이 기를 펴고 있다.
한국닛산은 가솔린 대형 SUV 시장 성장세에 주목해 지난해 9월 4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4.5세대에 해당하는 뉴 패스파인더(Pathfinder)를 가져왔다. 7인승인 패스파인더는 `미지의 땅에서 길을(path) 찾는다(finder)`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상과 모험을 즐기는 가족을 위한 SUV로 개발됐다. 패스파인더는 1986년 픽업트럭 프레임 보디 방식 플랫폼을 기반으로 처음 제작됐다. 1995년 출시된 2세대는 기존 프레임 보디 대신 모노코크 보디로 만들어졌다. 3세대가 나온 2004년에는 다시 프레임 보디 방식 플랫폼을 적용했지만 2012년 출시된 4세대는 다시 모노코크 보디를 채택했다.
패스파인더는 지난해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60만대 이상 판매된 닛산의 베스트셀링 SUV다. 미국 시장에서는 1년에 8만~9만여 대 판매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한 달에 10대 남짓 판매됐을 뿐이다. 판매대수는 턱없이 적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 가족을 배려하는 다양한 편의장치, 합리적인 가격대로 무장해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디자인·제원
`전장×전폭×전고`는 `5045×1965×1795㎜`이다. 기존 모델보다 35㎜ 길어지고, 5㎜ 넓어지고, 25㎜ 높아졌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900㎜다. 범퍼와 그릴 등 전면부는 닛산 특유의 도전적인 감성을 반영해 강인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강조했다. 닛산 패밀리룩인 V모션 프런트 라디에이터 그릴을 새로 적용하고, 눈빛이 강렬한 부메랑 LED 시그니처 헤드램프를 채택한 효과다.
후미등과 리어 범퍼는 날렵하게 디자인했지만 앞모습을 제외하고는 기존 모델과 차이점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 신선도는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은 무난함을 추구했다. 실내도 스티어링휠(핸들)과 센터페시아 형태가 기존과 같아 신선함이 부족하다. 대신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기능을 갖춘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로 편의성을 향상했다. 미국형 모델답게 버튼 디자인은 투박하고 숫자도 많아 세련미는 적지만 조작하기는 쉽다.
실내 공간 활용성은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대형 SUV 3열 좌석은 어린아이만 탈 수 있을 정도로 좁지만 뉴 패스파인더는 성인도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동급 중 유일하게 3열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도 갖췄다. 적재공간은 기본이 425ℓ이고 226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국내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 선호 사양들을 채택한 것도 장점이다. 발동작으로 트렁크 문을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 게이트, 2열 좌석을 간편하게 접을 수 있는 EZ 플렉스 시팅 시스템, 유아용 시트를 제거하지 않고 2열 시트를 수평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래치 앤드 글라이드가 대표적이다.
◆ 주행 성능
시승차는 VQ 3.5ℓ 엔진과 엑스트로닉 CVT 엔진을 장착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크고 푹신한 시트카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열선은 물론 통풍 기능도 갖춰 폭염에도 강하다.
덩치가 큰 데다 스티어링휠도 무거워 다루기 어렵고 거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볍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고속도로에 접어든 뒤 가속페달을 세게 밟자 2t이 넘는 거구가 매끄럽게 내달린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시원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가솔린 엔진과 변속충격이 적은 무단 변속기 덕에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정숙하다. 뒷좌석에서도 정숙함과 안락함이 느껴진다. 패밀리 SUV가 지녀야 할 덕목을 갖췄다. 앞 차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 피로를 덜어준다.
코너링 성능은 아쉽다. 코너를 돌 때는 무거운 스티어링휠이 손에 저항해 힘을 줘야 한다. 길이도 5m가 넘어 코너를 돌 때 신경이 쓰인다.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롤링 현상도 있다. 오프로드에서는 4WD 록(LOCK) 모드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용 오프로더는 아니지만 경운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시골길쯤은 무난하게 헤쳐 나간다. 주차는 편하다. 전후좌우 4개의 와이드 앵글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을 360도로 보여주는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 덕분이다. 동급 기종 중 유일하게 트레일러 토잉 기능도 기본 장착했다. 2268㎏에 달하는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 카라반이나 소형 요트도 끌 수 있다.
◆ 경쟁 차종
국내 판매되는 수입 가솔린 대형 SUV에는 닛산 패스파인더 외에 포드 익스플로러와 혼다 파일럿이 있다. 모두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강자는 익스플로러 2.3으로 지난 8월 기준으로 수입 가솔린 SUV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4369대로 수입차 판매 6위를 기록했다. 익스플로러 3.5는 같은 기간 428대 팔렸다. 올 1~8월 익스플로러 총 판매대수는 4797대다. 파일럿은 같은 기간 890대 판매됐다. 패스파인더 판매대수는 74대에 그쳤다.
크기는 패스파인더가 크다. 전장도 길고 전고도 높다. 휠베이스도 가장 길다.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 3.5ℓ 가솔린 모델을 비교해보면 힘은 패스파인더가 약하다. 장거리 달리기 능력을 알려주는 최고출력은 익스플로러, 순발력 평가 기준인 최대토크는 파일럿이 각각 우세다. 실제 주행에서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연비는 파일럿, 패스파인더, 익스플로러 순이다. 가격은 패스파인더가 가장 저렴하다.
중고차 가치는 파일럿, 패스파인더, 익스플로러 순으로 좋다. 감가율((신차값-중고차 시세)/신차값×100)로 알 수 있다. 감가율이 낮을수록 중고차 가치가 높아진다. 2018년식 감가율을 살펴보면 파일럿이 18.4%로 가장 낮다. 패스파인더는 22.7%, 익스플로러는 24.3%다.
패스파인더와 파일럿의 중고차 가치가 높은 이유는 소비자들이 일본차의 애프터서비스 품질과 내구성을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 중고차 업계는 분석한다.
◆ 판매 조건
가격은 5340만원이다. 닛산 파이낸스를 통해 선수금 50%(2670만원) 납입 조건으로 36개월 할부를 이용한다면 월 납입금은 83만5000원이다. 60개월 할부를 선택하면 월 납입금은 54만원으로 줄어든다.
보증 수리 기간은 차체·일반 부품, 엔진·동력 전달 주요 부품 모두 3년 10만㎞다. 배출가스 관련 주요 부품은 5년 8만㎞까지, ECU와 정화용 촉매는 7년 12만㎞까지 각각 보증받는다.
닛산은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추석 연휴기간 시승할 수 있는 `닛산 땡스 드라이빙 데이`를 진행한다. 희망자는 오는 16일까지 닛산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시승 신청할 수 있다. 시승 당첨자는 귀성길 유류비로 10만원 상당 주유권도 제공받는다.
[출처 : MK News _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