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아빠 마음 홀린 V6 엔진 사운드..닛산 맥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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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맥시마는 1990년대 후반 이미 국내 소비자들에게 한 차례 소개된 적이 있다. 바로 1세대 ‘삼성 SM5’를 통해서다. 당시 삼성자동차는 일본 닛산과 제휴, SM5를 4세대 맥시마 베이스로 만들었다. SM5는 뛰어난 내구성과 품질로 경쟁차인 현대 쏘나타를 추격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은 바 있다.

2015년 맥시마의 리바이벌! 닛산코리아가 출시한 맥시마는 미국 생산이다. 닛산의 플래그쉽 모델이다. 북미 시장에서 현대 그랜저, 토요타 아발론, 쉐보레 임팔라 등과 경쟁하는 준대형 세단이다. 준대형차가 중형차보다 많이 팔리는 기형적인 국내 시장과는 달리 북미시장은 준대형차 판매량의 볼륨이 높지 않다. 하지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모든 브랜드가 공을 들인다. 그 중 닛산은 차별화된 스포티함으로 맥시마를 다듬어 경쟁력을 갖췄다.

선선한 가을바람 아래 닛산 맥시마를 만났다. 국내에는 지난 2015년 10월에 8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보수적인 동급의 경쟁모델에 비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출시 당시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중년 구매층이 많은 국내 준대형차 시장에서 맥시마의 스포티한 디자인과 강력한 가속 성능으로 스포츠카 입문용으로 마니아층을 사로 잡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2014년 공개한 ‘닛산 스포츠 세단 콘셉트’를 바탕으로 양산된 맥시마의 외관은 파격 그 자체다. 시승차의 색상은 브릴리언트 실버, 근육질 캐릭터라인의 견고한 느낌을 잘 살려준다.

전면부는 흡사 건담을 연상시키는 닛산의 패밀리룩 ‘V모션’ 그릴과 부메랑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이 당당한 존재감을 준다. 후면 역시 부메랑을 이어받아 강렬하지만 전면부에 비해 과격함은 덜하다. 리어램프 측면에 짤막하게 적힌 ‘4DSC(4-Door Sports Car)’라는 문구가 이 차가 지향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북미형 그대로 출시되어 방향지시등은 쉐보레 임팔라와 마찬가지로 붉은색으로 점멸된다. 4개의 문을 가졌지만 날렵한 측면도 인상적이다. 근육질의 캐릭터 라인이 금방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듯 역동적이다. A필러와 C필러를 검게 칠해 마치 지붕이 떠있는 듯 한 ‘플로팅 루프’ 디자인은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디테일이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루프라인이 패스트백에 가깝다. 휠은 18인치 사양으로 최근 트렌드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지만 부족함 없이 잘 어울린다.

맥시마의 아담한 스마트키를 손에 쥐고 실내로 들어선다. 이 차의 성격은 실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운전석으로 살짝 기운 센터페시아, 전륜 구동 차량임에도 우뚝 솟은 센터터널에서 스포츠카의 향기가 난다. 닛산의 슈퍼카 GT-R을 모티브로 했다. 메탈과 우드트림을 적절히 섞어 고급스러움을 추구한 흔적도 보인다. 손이 닿는 곳곳에 인조가죽을 덧대 고급스러움을 배가시킨다. 벤츠 E클래스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엠비언트 라이트도 갖췄다.

퀼팅 무늬가 들어간 세미버킷 타입의 시트는 닛산이 자랑하는 ‘저중력 시트’다. 시트 형상에 비해 실제 착좌감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한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1열 열선 및 통풍시트와 운전석 메모리 시트가 기본 장착된다.

아담한 사이즈의 D컷 스티어링 휠은 라디에이터에서 볼 수 있었던 ‘V모션’을 품고 있다. 가죽의 질감이 좋고 펀칭이 되어있어 미끄러질 염려가 없다. 스티어링휠 열선도 제공한다. 스포티한 주행을 지향하는 차량임에도 패들시프트가 갖춰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SR’모델에는 패들시프트 장착)

북미 사양이라 그런지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는 사이드미러 버튼을 눌러도 접히지 않는다. 사이드미러를 접기 위해 다시 시동을 켜야 한다. 사이드미러 접을 일이 거의 없는 북미시장 전용 모델에서 종종 이와 같은 불편들을 겪을 수 있다.

스티어링휠 너머 블랙&화이트 톤의 계기판은 7인치 LCD 모니터를 품고 있다. 연비, 주행보조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버튼으로 직관적인 제어가 가능하다.

센터페시아의 8인치 모니터는 조작이 간편하고 터치감도 우수하다. 기어레버 하단에 위치한 조그셔틀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터치가 편해 손이 잘 안 간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3D 제품이 장착되는데 그래픽이 화려하고 실시간 교통정보가 빠릿하게 반영되어 꽤 쓸만하다. 다만 모니터 해상도보다 높은 화질의 제품이 들어갔는지 약간 우글거림(?)이 있다. 특이한 점은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오로지 영어로만 표기되는데 계기판은 한글화가 적용됐다. 음악을 재생할 때 계기판에 나오는 한글 제목이 정작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는 안 나온다.

콘솔박스는 꽤 넓고 깊다. 조수석 글로브박스 역시 필요 이상으로 깊은 공간을 마련했다. 2L 생수병이 세로로 들어간다.

뒷좌석은 2,775mm라는 다소 짧은 휠베이스와 날렵한 루프라인에서 짐작했듯 레그룸과 헤드룸이 좁은 편이다. 스포티세단의 특성이 실내공간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성인이 편하게 앉기엔 충분하지만 동급 경쟁모델들과 비교하면 아쉽다. 전동식 후방 블라인드와 뒷좌석용 USB 충전포트를 2개나 마련한 것은 좋으나 뒷좌석 열선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11개의 스피커로 이루어진 BOSE 프리미엄 오디오는 저음부의 웅장한 느낌을 잘 살려준다. 이밖에도 파노라마 썬루프,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 편의장비가 화려하다. 첨단 반자율주행 기능도 돋보인다. 레이더로 차간거리를 자동으로 제어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추돌방지 보조 장치, 후측방에 다가오는 사람이나 동물을 감지하는 ‘이동 물체 감지 시스템’ 등 주행보조 장치까지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다만 스티어링 시스템의 한계로 차선을 유지해주는 기능은 없다. 트렁크는 중형세단 수준이지만 뒷좌석 6:4 분할 폴딩을 지원하여 적재공간을 늘릴 수 있다.

맥시마의 백미는 경쟁 모델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우렁찬 배기음이다. 마치 심장이 두근대듯 서서히 점멸되는 엔진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우렁찬 배기음이 들려온다. 최근 흔하디 흔한 터보차저도 아니고 직분사도 아닌 고배기량 자연흡기 6기통 엔진의 자연음이다. 맥시마에 장착된 V6 3.5L VQ엔진은 오래 전 부터 명성이 자자하다. 맥시마에 장착된 VQ엔진은 부품의 60%를 새로 구성했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데 스티어링휠에서 엄청난 묵직함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의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있나 찾아봤지만 없었다. 분명 주행모드도 노멀 모드다. 맥시마의 스티어링 시스템은 HEPS(Hydro-electronic Power Steering, 전자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 흔히 쓰이는 C타입, R타입 전자 스티어링 방식이 아닌, 전기모터가 스티어링 축을 직접 돌리지 않고 유압펌프를 작동시키는 역할만 한다. 고속 주행 시에는 묵직하고 직관적인 핸들링이 안정감을 주는 요소가 되었지만 주차, 유턴 등 정지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에는 난감했다. 한 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팔에 생각 이상의 힘이 들어간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자 멋진 엔진음과 함께 차가 튀어나간다. 303마력의 출력이 체감된다. 변속기는 닛산이 자랑하는 Xtronic CVT. 으레 CVT라면 느껴지는 거부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연스러운 가속감을 보여준다. 가속페달만 밟으면 최대가속으로 밀어붙인다. 수동모드는 7단을 제공하며 반응이 매우 빠르다. 주행 모드를 Normal에서 Sport로 바꾸면 엑셀레이터 반응이 훨씬 민첩해지고 엔진 사운드가 달라진다. 주행 본능을 자극한다.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배기음으로 흥분을 감추기 어렵다.

서스펜션은 일반적인 준대형 세단에 비해 탄탄하다. 편안했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이 간혹 느껴졌다. 승차감과 주행성능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한 모습이다.

연비는 과격한 주행 시 6km/L대,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15km/L 내외를 오갔다. 3.5L에 달하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임을 감안하면 무난한 편. 경제성은 아쉽지만 스포티한 성능을 생각하면 납득된다.

국내 준대형 시장은 현대차 그랜저의 독주다. 특유의 안락함과 풍부한 편의장비를 내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여기에 기아차 K7이 살짝 얼굴을 들이민다. 두 차종 모두 개성이 별로 없는 풍부한 옵션과 실내가 넓은 차다. 도로에 너무 많이 굴러다닌다. 공간활용성은 아쉽지만 탄탄한 주행성능과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원한다면 맥시마를 눈 여겨 봐야 한다. 점차 확대되는 다운사이징으로 가슴을 울렸던 우렁찬 배기음과 엔진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검증된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멋진 성능을 만끽하고 싶다면 맥시마는 훌륭한 선택지다. 가격 또한 경쟁력 있다. 모든 옵션이 포함된 차량이 판매되며 가격은 북미 판매가격보다 저렴한 4,470만원이다. 딜러 할인까지 감안하면 4000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출처 : 이데일리 _ 제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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