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는 포르쉐 박스터의 판매량이 F타입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덕분에 F타입을 구매한 차주들이 늘 듣는 이야기가 ‘이 돈이면 박스터를 샀어야지’다. 그럼에도 여전히 F타입의 팬층은 꽤 두터운 편인데, 지난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F타입 R 컨버터블을 시승해보고 그 이유를 찾았다.
모든 양산차는 출시까지 일종의 ‘타협’을 해야만 한다. 모든 자동차 엔지니어·디자이너들은 가장 비싸고 예쁜 디자인과 부품들로만 채우려고 하지만, 되도록 많은 소비자들에게 차를 팔아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품성’을 갖춰야한다. 다른 말로 원가 절감이나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F타입은 그런 작업은 다른 양산차들보다는 덜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 적은 적재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프렁크(프론트+트렁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박스터에 비해 F타입 컨버터블은 그런 공간은 과감하게 버렸다.
직접 F타입 컨버터블을 타보니 완벽한 2인승에 평범한 서류가방을 놓을 공간 조차 없었다. 트렁크 공간은 크지도 않은데 시승차엔 비상용 타이어가 자리를 차지했다. 평범한 책가방 하나도 넣기가 어려웠다. 차체가 너무 낮아서 키 187㎝ 기자가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목과 허리를 접는 느낌으로 탑승해야 했다.
낮은 차체 덕분에 완전히 도로에 ‘밀착’해 커브길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빨리 달리면서도 언제든지 코너링을 자유롭게 해냈다. 핸들은 성인 남성이 돌리기에도 꽤 무거웠지만 고속 주행시 매우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F타입 컨버터블은 차의 지붕, 소프트탑을 여닫는 속도도 다른 브랜드의 컨버터블 브랜드들보다 1~2초 이상 빠르다. 덕분에 정체 구간에서는 빠르게 지붕을 닫고, 달릴 수 있을 땐 빠르게 열어서 주변 자동차들에게 덜 민폐를 끼칠 수 있었다. 소프트탑 컨버터블은 주로 시속 50㎞이하에서만 지붕을 여닫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작동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국내 도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너무나 적은 적재공간도 아쉬움이 남는다. F타입의 진가를 느끼려면 높은 속도에서 배기 사운드를 원없이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수도권 도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차주라면 상관없겠지만 수도권 주민의 경우 멀리 나가는 최소 1박 2일 이상되는 여행지로 가야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갈아입을 옷이라도 챙겨가야 하는데, F타입의 적재공간이라면 사실상 당일치기만 다녀와야 한다.
종합적으로 재규어 F타입은 콘셉트를 이해하고 세컨카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만족할만하지만, 데일리카를 목적으로 사려면 신중하게 재고해야한다.
재규어 F타입의 가격은△뉴 F-TYPE P300 쿠페 9650만원, 컨버터블 1억 150만원 △뉴 F-TYPE P380 R-Dynamic 쿠페 1억 3707만원, 컨버터블 1억 4207만원 △뉴 F-TYPE P380 퍼스트 에디션 쿠페 1억 4937만원, 컨버터블 1억 5317만원 △뉴 F-TYPE R 쿠페 1억 9627만원, 컨버터블 2억 12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