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모빌] “이돈이면 박스터를” 듣고도 재규어 F타입 산 이유, 타보고 알았다[차알못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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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토크…우리가 이 단어를 일상에서 얼마나 쓸까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걸 몰라도 만족스럽게 차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독자들보다 더 ‘차알못’일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빼고 차알못의 시선에서 최대한 쉬운 시승기를 쓰겠습니다.
국내에서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는 포르쉐 박스터와 항상 비교되는 차량이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재규어 F타입이다. 가격대도 비슷하게 형성돼있으면서도 쿠페·컨버터블 모델을 전부 출시하고 있어 늘 비교군에 오른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는 포르쉐 박스터의 판매량이 F타입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덕분에 F타입을 구매한 차주들이 늘 듣는 이야기가 ‘이 돈이면 박스터를 샀어야지’다. 그럼에도 여전히 F타입의 팬층은 꽤 두터운 편인데, 지난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F타입 R 컨버터블을 시승해보고 그 이유를 찾았다.

재규어 F타입 R 컨버터블 전면부 /사진=이강준 기자
재규어 F타입 R 컨버터블 측면부 /사진=이강준 기자
F타입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비효율’ 그 자체다. 빨리 달릴 수 있고, 이쁜 디자인만 살렸고 나머지 편의사양들은 사실상 버리다시피했다.

모든 양산차는 출시까지 일종의 ‘타협’을 해야만 한다. 모든 자동차 엔지니어·디자이너들은 가장 비싸고 예쁜 디자인과 부품들로만 채우려고 하지만, 되도록 많은 소비자들에게 차를 팔아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품성’을 갖춰야한다. 다른 말로 원가 절감이나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F타입은 그런 작업은 다른 양산차들보다는 덜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 적은 적재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프렁크(프론트+트렁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박스터에 비해 F타입 컨버터블은 그런 공간은 과감하게 버렸다.

재규어 F타입 R 컨버터블 후면부 /사진=이강준 기자
외관 디자인은 나무랄데가 없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어떤 사람들이 와도 ‘예쁘다’는 반응이 나올만하다. 고급 차에 들어가는 시퀀셜 라이팅, 히든 도어도 탑재됐다.

직접 F타입 컨버터블을 타보니 완벽한 2인승에 평범한 서류가방을 놓을 공간 조차 없었다. 트렁크 공간은 크지도 않은데 시승차엔 비상용 타이어가 자리를 차지했다. 평범한 책가방 하나도 넣기가 어려웠다. 차체가 너무 낮아서 키 187㎝ 기자가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목과 허리를 접는 느낌으로 탑승해야 했다.

재규어 F타입 R 컨버터블 트렁크 모. 적재공간이 협소하다 /사진=이강준 기자
수도권을 벗어나서 고속도로에서 주행해보니 F타입이 ‘주행의 재미’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는 인상을 받았다. 짐을 실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차의 무게는 가벼워졌고, 고속에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민첩하게 움직였다.

낮은 차체 덕분에 완전히 도로에 ‘밀착’해 커브길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빨리 달리면서도 언제든지 코너링을 자유롭게 해냈다. 핸들은 성인 남성이 돌리기에도 꽤 무거웠지만 고속 주행시 매우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재규어 F타입 R 컨버터블 내부 /사진=이강준 기자
가장 인상적인 건 ‘액티브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었다. 주행시 발생하는 배기음을 인공적으로 키워주는 기능이다. 주행 모드에 상관없이 이 기능을 킬 수 있는데, 작동시키면 시내에서 시속 50㎞로만 주행해도 선명한 배기음을 들을 수 있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우리나라 도심에서도 충분한 배기음 감성이 느껴졌다.

F타입 컨버터블은 차의 지붕, 소프트탑을 여닫는 속도도 다른 브랜드의 컨버터블 브랜드들보다 1~2초 이상 빠르다. 덕분에 정체 구간에서는 빠르게 지붕을 닫고, 달릴 수 있을 땐 빠르게 열어서 주변 자동차들에게 덜 민폐를 끼칠 수 있었다. 소프트탑 컨버터블은 주로 시속 50㎞이하에서만 지붕을 여닫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작동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재규어 F타입 R 컨버터블 소프트탑 작동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콘셉트가 명확한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1억원을 훌쩍 넘기고 최대 2억원까지도 나오는 차값에 비해 편의사양이 너무 부족하다. 웬만한 고급차량에는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해주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되는데, 정체시 매우 유용한 기능이나 F타입엔 없다.

국내 도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너무나 적은 적재공간도 아쉬움이 남는다. F타입의 진가를 느끼려면 높은 속도에서 배기 사운드를 원없이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수도권 도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차주라면 상관없겠지만 수도권 주민의 경우 멀리 나가는 최소 1박 2일 이상되는 여행지로 가야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갈아입을 옷이라도 챙겨가야 하는데, F타입의 적재공간이라면 사실상 당일치기만 다녀와야 한다.

종합적으로 재규어 F타입은 콘셉트를 이해하고 세컨카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만족할만하지만, 데일리카를 목적으로 사려면 신중하게 재고해야한다.

재규어 F타입의 가격은△뉴 F-TYPE P300 쿠페 9650만원, 컨버터블 1억 150만원 △뉴 F-TYPE P380 R-Dynamic 쿠페 1억 3707만원, 컨버터블 1억 4207만원 △뉴 F-TYPE P380 퍼스트 에디션 쿠페 1억 4937만원, 컨버터블 1억 5317만원 △뉴 F-TYPE R 쿠페 1억 9627만원, 컨버터블 2억 127만원이다.

기사출처 – 머니투데이(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100114465729364&vgb=aut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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