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동경모터쇼도 방문할 겸 이웃나라 일본에 다녀왔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과연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첫인상은 그야말로 가까운 나라다웠다. 그다지 다르지 않은 풍경과 사람들 사이로 차이점이 있다면 우핸들 차량이 돌아다닌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먼 나라 같았다.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다 보니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당연히 자동차였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고 놀라웠던 건 일반 승용차는 물론 화물용 트럭까지도 갓 출고한 차량처럼 깨끗하다는 것. 일본에서는 차량이 더러우면 안 좋은 평판을 갖기 때문에 차를 깨끗이 다루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내 차인데 내 맘대로 타면 어떠나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몸만큼 차를 아끼는 문화가 신기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신기한 점은 수입차나 2,500cc 이상의 대형차가 거의 없었다는 것. 일본은 자국의 차량 품질이 뛰어난데다 내수용 차량이 워낙 좋게 나와 대부분이 일본차를 탄다고 한다.
가이드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일본에서는 차량에 의무적으로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고. 두 종류의 스티커가 있는데 하나는 새싹, 하나는 낙엽 모양 스티커다. 새싹 모양 스티커는 초보운전 스티커, 낙엽 모양 스티커는 고령 운전자 스티커였다. 새싹 스티커는 1972년부터 운전을 시작한 1년 동안 부착하도록 의무화했고, 낙엽 스티커는 노인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1997년부터 부착하기 시작했다. 일본 운전자들은 이 스티커를 보면 방어운전을 한다고 하니, 초보운전 딱지만 보면 클락션부터 누르고 보는 우리나라 문화에 비해 상당히 성숙한 문화라고 생각된다.
둘째 날은 오다이바 빅사이트에서 열리는 2015 동경모터쇼를 둘러봤다. 우리는 당연히 재규어 랜드로버 부스부터 들렀다. 재규어 부스엔 F-pace와 올 뉴 XF 모델이, 랜드로버 부스엔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모델이 전시되어 있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최근 개봉한 영화 <007 스펙터>에도 등장한 모델이다. 전시된 모델 중 가장 관심이 뜨거웠던 건 역시 F-pace. 재규어 최초의 SUV 모델이다 보니 그렇다.
재규어 랜드로버 부스를 뒤로 하고 동경까지 온 김에 국내엔 없는 일본 브랜드 부스에 가보기로 했다. 마쓰다, 다이하쓰, 혼다의 S660 모델 등을 구경하면서 ‘왜 이런 좋은 차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을까’ 안타까워했다.
구석구석 둘러보고 나니 구성이나 전시관 운영은 킨텍스에서 진행하는 서울모터쇼에 비해 중구난방식으로 느껴졌다. 동관에서 서관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상당했고 간단한 영어 질문에도 응대하지 못한 건 아쉬웠다.
2박 3일 간의 짧은 일정이라 나머지는 자유시간이었다. 역시 동경에 왔으면 먹거리를 즐겨야 한다. 감동적인 유부우동과 장어덮밥으로 짧은 일정의 아쉬움을 달랬다. 돌아보니 일정은 길지 않아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다. 꼭 한번 더 방문해 일본의 문화를 깊이 체험하고 싶다.
글|KCC오토모빌 마케팅팀 김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