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전기차의 선구자, 닛산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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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전기차 개발역사는 70여 년 전 막을 올렸다. 1947년 닛산자동차의 전신 중 하나인 도쿄 일렉트로 오토모빌이 최초였다. 이후 닛산은 다양한 크기와 장르, 용도의 콘셉트카를 통해 전기차의 개념과 기술을 가다듬어왔다. 2010년 닛산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결실을 맺었다. 바로 1세대 리프였다. 우리가 잘 모르는, 닛산의 전기차 개발사를 소개한다.

60년 전 막 올린 닛산 전기차 역사

세계 최초이자 월드 베스트셀러(누적판매). 닛산 리프가 양산 고속전기차로 거머쥔 타이틀이다. 2010년 1세대 출시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기록을 놓친 적 없다. 인기비결은 여러 가지다. 가령 친근한 5도어 해치백 형태로 거부감을 줄였고, 지방자치단체 및 전력회사 간 파트너십, 타사와 충전방식 표준화 추진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섰다.

닛산자동차의 전기차 개발 역사는 70여 년에 달한다. 시발점은 다치가와 비행기. 1952년 프린스 자동차로 사명을 바꿨고, 1966년 닛산이 인수·합병한 회사다. 1947년 이 회사는 ‘도쿄 일렉트로 오토모빌’로 거듭났다. 당시 연료부족에 시달리던 일본 정부가 적극 독려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이때 선보인 전기차가 타마(Tama)였다.

타마는 만화 속 자동차처럼 귀여운 비율과 외모의 2인승 소형차.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3,200×1,270×1,650㎜, 휠베이스는 2,000㎜로 경차보다 아담했다. 타마는 36V 전기 모터를 얹고 33㎾(약 4.5마력)를 냈다. 최고속도는 시속 35.2㎞로 느렸지만,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96.3㎞에 달했다. 여기에 최대 500㎏의 적재용량을 뽐냈다.

덕분에 타마는 1950년까지 일본에서 택시로 활약했다. 1949년엔 타마 시니어 EMS도 선보였다. 승차인원은 5명, 최고속도는 시속 55㎞, 항속거리는 200㎞까지 늘렸다. 핵심은 납축전지(Lead-acid battery) 방식의 배터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처럼 배터리를 분리해 충전한 뒤 다시 차에 조립할 수 있었다. 타마 이후에도 닛산은 꾸준히 전기차를 개발했다.

1970년 315X EV 콘셉트로 2인승 소형 전기차 개념을 보다 구체화했고, 1973년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00㎞를 달릴 수 있는 2인승 픽업 EV4-P를 선보였다. 1983년엔 해치백 형태의 마치 EV, 1991년엔 단거리 이동수단을 지향한 FEV 콘셉트 카를 공개했다. 1995년과 이듬해 순차적으로 선보인 FEVⅡ와 프레리 조이 EV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었다.

1997~2002년엔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전기차 알트라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법인용으로 200대 정도 팔았다. 오래 전 차라고 성능을 얕잡아 봐선 곤란하다. 닛산 알트라는 소니가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와 62㎾짜리 전기 모터를 얹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30㎞까지 달렸다. 충전엔 5시간 정도 걸렸다.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1,000회 정도 버텼다.

21세기 들어 닛산은 피보(2005년)와 피보2(2007년) 등 귀여운 컨셉트카를 선보이며 숨을 고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 사이 닛산은 열심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갈고 닦았다. 이를테면 얇고 판판한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차체 밑바닥에 깔았다. 그 결과 무게중심을 낮추는 한편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오늘날 전기차 설계의 기초를 다진 셈이다.

2008년엔 리프의 초석이 된 누부를 선보인다. 당시 닛산은 도시를 돌아다니는 방식에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부는 독특한 2+1 시트 구조에 나뭇잎 모양 태양 전지판을 지붕에 얹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30㎞까지 달릴 수 있었다. 실내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꾸몄다. ‘자원의 재순환’이라는, 전기차의 기본개념을 뚜렷이 강조한 주역이었다.

양산 전기차 신기록 제조기, 1세대 리프

2010년 12월, 닛산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세계 최초의 양산 전기차 리프가 그 주역이었다. 리프의 슬로건은 ‘전기자동차와 함께 하는 생활을 디자인한다’. 이 같은 철학은 차 이름에 고스란히 녹여 넣었다. 리프(LEAF)는 ‘리딩’(Leading), ‘환경친화성’(Environmental Friendly), ‘구매 가능한’(Affordable), ‘가족용차’(Family car)의 머리글자다.

닛산 1세대 리프는 길이×너비×높이가 4,445×1,770×1,550㎜인 소형 해치백. 디자인은 공기저항을 최소화시켰다. 저항은 곧 에너지 소비를 뜻하기 때문. 특히 고속에선 저항이 급격히 늘어난다. 2011년 리프 데뷔 당시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29. 하지만 2013년형은 0.28까지 개선했다. 헤드램프도 LED를 고집했다. 전기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첫 리프는 110마력을 내는 전기 모터를 보닛 속에 얹고 앞바퀴를 굴렸다. 최대토크는 28.5㎏·m. 에너지는 차 바닥에 깐 24㎾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 팩에서 얻었다. 배터리는 총 192개의 셀을 품었다. 셀 4개씩 구성된 모듈을 48개 엮은 구조다. 닛산과 일본 전력이 세운 조인트벤처 AESC(오토모티브 에너지 서플라이 코퍼레이션)가 만들어 공급했다.

배터리는 냉각수로 식혔다. 제어장치를 더한 배터리 팩 무게는 300㎏ 정도. 2010년 기준, 닛산이 산정한 배터리 팩의 가격은 약 1만8천 달러다. 미국에서 리프 배터리의 보증기간은 8년 혹은 10만 마일. 과격한 운전, 급속 충전이 잦을수록 수명은 줄어든다. 닛산 측은 “일반적인 사용 조건이라면 10년이 지나도 70~80%의 성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닛산이 밝힌 리프의 항속거리는 160㎞. 에어컨을 켜지 않고 시속 60㎞ 정도로 정속 주행하는 등 이상적 상황에선 220㎞ 이상도 가능하다. <컨슈머 리포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리프의 유지비는 1마일 당 35센트. 38센트인 쉐보레 1세대 볼트보다 저렴했다. 토요타 프리우스보다는 20%, 코롤라보다는 50% 더 저렴한 비용으로 몰 수 있었다.

1세대 리프의 성능은 일반적인 출퇴근과 도심 근교 나들이를 소화하는데 문제없을 수준이었다. 0→시속 97㎞ 가속을 9.9초에 끊었고, 시속 150㎞ 이상을 냈다. 유로 NCAP(신차평가프로그램)에서 별 다섯 개 만점을 받는 등 안전성도 흠잡을 데 없었다. 리프의 진화과정도 흥미롭다. 세대교체를 기다리지 않고 연식변경마다 성능을 개선한 까닭이다.

예컨대 리프는 2016년형으로 거듭나며 SL과 SV 트림의 배터리 용량을 기존 24㎾에서 30㎾로 늘렸다. 하지만 배터리 팩의 부피는 고스란히 유지했다. 아울러 2011년 이후 히팅과 회생제동 시스템, 공기저항 등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꾸준히 충전시간을 단축하고 항속거리를 늘려 왔다. 동시에 기본형엔 24㎾ 배터리를 고를 수 있도록 해 가격접근성을 높였다.

2014년, 닛산은 “리프가 데뷔 이후 전 세계적으로 3억1,100만㎏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당시 리프의 누적판매는 13만5,000여 대. 이후 판매는 꾸준히 치솟아 올해까지 누적 37만여 대를 기록했다. 이제 리프는 기나긴 1세대의 여정을 마치고, 2세대로 바통을 넘겼다. 내년 초,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출처 : ROADTEST _ 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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