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모빌] “재규어, 서있어도 잘 달리는 차 느낌 들게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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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는 지난해 한국에서 즐거운 한 해를 보냈다. 국내 판매법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것. 그 덕인지 올 4월에는 고성능 전기자동차 I-페이스(PACE)를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서 처음 공개했다. 

재규어는 2008년 인도 타타그룹에 회사가 넘어갔지만 여전히 고급스러운 ‘영국 감성’을 이어가고 있다. 재규어의 디자인은 BMW나 아우디 등 다른 브랜드에 비해 튀진 않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꽤 오래된 모델도 묘한 고급스러움을 자아내는 것 또한 재규어의 매력이다. 그 디자인에 담긴 비결과 철학은 무엇일까.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이언 컬럼 재규어디자인총괄디렉터(64)를 만났다. 

2박 3일의 빠듯한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컬럼 디렉터는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는 “양해를 부탁한다. 영국 시간으로는 지금 새벽 5시니까”라며 기지개를 폈다. 1999년 재규어에 합류한 그는 20여 년간 재규어의 디자인을 이끌어 온 재규어 디자인의 산증인이다. “재규어 디자인의 핵심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는 성능, 아름다움, 흥미로움을 디자인의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우선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시각 디자인 요소로 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지된 상태의 재규어를 봐도 ‘잘 달리는 차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고급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입장에서 일반 대중 브랜드와의 ‘차이’를 강조했다. 도요타와 렉서스, 현대차와 제네시스 등 몇몇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고급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양자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컬럼 디렉터는 “고급 브랜드의 디자인에는 기능적 요소의 차별점, 우아함, 영향력과 장인정신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저속하지 않은 우아함’에 방점을 뒀다. 그는 “인테리어도 소재 하나하나가 대중 브랜드와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규어의 디자인은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협업한 여러 명’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신차 디자인을 기획할 때 우선 갖춰야 할 기능, 규격, 비율 등을 디자이너들이 공유한다.
그리고 젊은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생각을 담은 스케치들을 생산한다.

컬럼 디렉터는 이들을 모아 토론을 거듭하고 방향성을 잡아 나가면서 최종 디자인을 탄생시킨다. 그는 “디자이너가 자동차 기술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공기역학, 기술의 기본 원리는 알아야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컬럼 디렉터는 앞으로 디자인의 변화에 대해 “과거 100년간 진행된 변화보다 앞으로 10년간의 변화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하면 인테리어에서도 사라져야 할 요소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현대기아자동차에서 K5를 시작으로 디자인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디자인경영담당 사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컬럼 디렉터는 “슈라이어는 유럽의 디자인을 한국의 기업문화 속에서 잘 융화시키고 혁신을 이룬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그가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정말 많이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혹 시샘하거나 눈여겨보는 경쟁차 디자인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유를 묻자 “내 관심사는 지금의 디자인이 아니라 늘 4, 5년 뒤 미래의 디자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출처 – Donga.com(http://news.donga.com/3/all/20181213/93283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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