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인피니티 QX는 여러번 차명을 변경한 독특한 이력을 갖춘 자동차다. 지난 2007년 1세대 출시 당시 EX35에서 시작된 이름은 엔진변경으로 인해 EX37, 그 이후는 2012년 인피니티의 새로운 네이밍 전략에 따라 QX50으로 변경됐다.
국내 출시 당시 SUV의 인기는 현재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큰 주목도를 받지 못했다. SUV는 디젤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시절이라 가솔린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EX는 상대적으로 비주류 차종으로 분류돼 높은 판매량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다만, 인피니티가 자랑하던 운동성능은 동급 SUV뿐만 아니라 스포츠 세단과 비교해도 우위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연 2세대로 진화한 QX50은 1세대의 아쉬움을 모두 털어내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 대중성을 노린 변화
1세대 QX는 SUV보단 덩치 큰 해치백을 연상케 하는 크로스오버 디자인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구성을 갖추지 못했다. 이번 2세대 QX50은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당당히 SUV라고 말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최신 인피니티의 디자인 언어를 모두 담아낸 QX50에 대해 인피니티측은 파워풀 엘레강스(Powerful Elegance)라 표현한다. 사람의 눈을 표현한 전면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이미지를 전달하며, 후드의 굴곡을 강조하여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SUV이지만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담고자 롱노즈 숏데크의 정석과도 같은 비율도 엿보인다.
측면에서도 굵은 캐릭터 라인을 중심으로 도어 아래 로커 패널쪽이 움푹 패여있어 빛에 따라 차체의 라인이 선명하게 들어나기도 한다. 특히 해질녘 오후 꽤나 멋스러운 그림을 담아낼 수 있다.
인피니티 특유의 윈도우 라인은 여전히 돋보이는 구성이다. 1세대 QX50 대비 전체적인 사이즈가 커진 2세대 QX50은 전장 4695mm, 전폭 1905mm, 전고 1680mm의 크기와 2800mm의 휠베이스를 갖고 있다.
크기는 커졌지만 1세대 QX50 대비 23% 높아진 비틀림 강성과 6% 향상된 에어로 디자인은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수준높은 주행성능을 가능케하는 요소다.
인테리어는 고급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흔적이 눈에띈다. 나파 가죽소재의 시트와 곳곳에 쓰인 원목과 금속장식, 여기에 스웨이드까지 동급에서 보기힘든 구성이다. 색상까지 크림색으로 마무리된 QX50은 ‘고급스럽다’ 라는 단어가 단박에 떠오르게 만드는 차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리는 경쟁 차종에서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려면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대를 바라 보거나 혹은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QX50은 그에 반해 절반 혹은 3분의 2가격으로 누릴 수 있으니 인피니티가 고급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새삼 와닿는다.
다만, 센터페이아에 위치한 2개의 디스플레이를 굳이 2개로 나누어 탑재한 이유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상단에 8인치, 하단 7인치 구성의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를 담당하는 상단과 공조장치 및 설정을 다루는 하단으로 이루어져있다.
어떤 의도에서 이런 구성을 갖췄는지는 모르겠지만 복잡하다. 그리고 불편하다. 여기에 후방카메라 화질은 아직도 10년전 인피니티가 최초로 선보인 어라운드 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소재에 큰 돈을 들였기 때문일까? 앞서 말한 장점이 일정부분 희석되는 느낌이다.
국내기준 중형급으로 분류되는 QX50의 거주성은 넉넉하다. 패밀리 SUV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하며, 2열의 시트는 각도 조절 및 슬라이딩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상황에 따라 다각도로 조절이 가능하다. 다만, 1열에는 열선과 통풍시트 모두가 탑재됐지만 2열에는 열선조차 없다. 패밀리 SUV에서 2열의 열선은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다.
■ 풍부한 편의장비..2% 아쉬운 반자율주행
QX50에 탑재된 오디오는 보스(BOSE)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름 뿐인 보스가 아니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 중 상당수는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의 탑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음원 재생 시 실망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름 뿐인 명품 시스템의 탑재는 비싼 가격만 지불 해야하는 무의미한 옵션일 뿐이다.
하지만 QX50에 탑재된 보스 시스템은 말뿐인 시스템과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최근 볼보와 캐딜락 등 일부 수입차들이 뛰어난 오디오 성능을 보여주고 이에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높다. 인피니티의 QX50 역시 이 분류에 속한다. 오디오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라도 단 한곡의 음악으로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QX50에는 뛰어난 오디오 시스템을 제외하고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추돌 경고 및 제동 시스템,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 최신 차량들에 적용중인 안전 사양들이 빠짐없이 탑재됐다.
하지만, 차선 유지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 반쪽 뿐인 반자율주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외 사양에는 분명 포함되는 걸로 표기가 되어 있어 국내 판매중인 차량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 QX50이 가진 최고의 무기..VC 터보엔진
이번 2세대 QX50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은 VC-터보(Variable Compression Turbo) 엔진이다.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가변 압축비를 실현시킨 엔진은 닛산이 공들여 개발해 온 차세대 파워트레인이다.
일반 내연기관의 움직임은 4행정 사이클의 움직임에 따라 흡입, 압축, 폭발, 배기 순으로 이루어진다. 이 움직임에 따라 피스톤이 위아래 왕복운동을 쉼없이 하면서 힘을 분출한다.
QX50에 탑재된 VC 터보엔진은 이중 압축 과정에서 압축비를 변화시켜 연비와 성능을 모두 높이는 신기술을 탑재했다. 압축비를 변화시키는 기술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제조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했던 적이 있다.
다만, 양산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난관들을 극복하지 못했기에 닛산이 개발한 VC 터보엔진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소 8:1에서 최대 14:1까지 변화하는 압축비는 연비를 위한 주행에선 압축비가 높아지고 반대로 성능을 끌어낼 땐 압축비가 낮아진다. 과도한 압축비는 노킹 등을 유발할 수 있기에 과급 엔진까지 적용된 QX50에서는 운전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압축비가 쓰이고 있다.
이밖에 과급차량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터보랙의 지연을 위한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의 탑재와 실린더 마찰을 줄이기 위한 코팅 기술, 엔진의 진동을 줄여주는 액티브 엔진 마운트, 가변 오일 펌프 등 엔진 하나만을 위해 수 많은 기술들을 집약시켜 제작했다.
이로써 닛산이 오랜시간 자랑해오던 VQ35엔진을 대체하는 VC 터보엔진은 과거 대비 약 35% 가량의 연비가 상승했다. 1%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각 제조사들의 노력을 생각해보면 35% 향상된 수치는 쉽게 와닿지 않는 숫자다.
■ 뛰어난 퍼포먼스..운전의 즐거움을 논하다.
앞서 얘기한 VC 터보엔진이 탑재된 QX50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8.7kg.m의 힘을 발휘한다. 2.0리터 배기량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숫치임에는 분명하다. 변속기는 7단 수동변속 기능이 적용된 CVT 무단변속기가 적용됐으며 구동방식은 AWD이다.
QX50은 중형급의 크기를 가진 SUV이지만 몸놀림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인피니티의 한가족임이 분명하다. 시내와 고속주행 어떤 환경에서도 가속페달의 움직임에 따라 시원스런 가속이 이루어진다.
제원상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6.7이다. 이보다 더 와닿던 부분은 엔진의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4기통 엔진이지만 회전수 상승만 바라본다면 6기통에 버금가는 능력이다. 앞서 말한 실린더 코팅 등을 통해 마찰계수의 감소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기에 NVH면에서 좋은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는 했지만 QX50은 예상을 뛰어넘는 정숙성과 진동 억제능력을 갖췄다.
QX50은 어떤 상황에서도 잘 달리는 SUV 범주에 속한다. 때문에 기본 승차감도 부드러움보단 단단한 쪽에 가깝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해치는 수준의 단단함은 아니다. 노면의 충격을 모두 걸러내는 타입은 아니지만 충격이 들어왔을때 불쾌한 승차감은 최대한 억제시킨다.
단단한 승차감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라도 한번쯤 시승을 통해 경험해 본다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승차감이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을 구성이다.
빠르게 굽이치는 길에서도 QX50은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좀처럼 타이어가 미끌어지는 경우도 없으며, 운전자에게 불안을 전달하는 요소도 크지 않다. 고속주행 안정감을 통해 서스펜션이 가진 우수한 성능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본격적인 코너가 반복되는 상황속에서도 QX50의 움직임은 한결같다.
■ 반등의 기회를 마련해야하는 QX50
인피니티의 2세대 QX50은 잘 달리는 SUV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렇다. 어떤 부가적인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더라도 실제로 차를 타본다면 모두 수긍할 수 있을 높은 성능이다.
과거 G35세단 시절 인피니티는 3시리즈에 버금가는 성능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판매량과 인지도를 쌓았던 전례가 있다. 이후 출시된 M모델과 EX, FX 등 SUV 라인업을 통해서도 소비자들의 높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분명 차의 상품성은 이전과 동일하게 뛰어나다. 여기에 동급 모델들에서 볼 수 없는 운동성능과 값비싼 소재들로 인해 고급스러움까지 챙기고 있다.
인피니티는 QX50이 가진 상품성에 대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시승을 통해서 차를 경험해 본다면 충분히 QX50이 가진 상품성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넉넉한 패밀리 SUV로, 가끔은 운전자 혼자만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차가 필요하다면 QX50은 반드시 구매리스트에 자리잡아야 하는 모델이다. 한정적인 예산안에서 모든것을 갖춘 차는 없기 때문이다.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지만 QX50은 그래서 모래 속 진주같은 존재다.
인피니티 공식딜러 프리미어오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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