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모빌] 마이너스를 플러스로”…클래식카계의 `마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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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출고되는 순간 가치가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출고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가치가 10~20% 하락한다. 차종, 소비자 선호도,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보통 3년이 되면 30% 이상 가치가 떨어진다. 나온 지 5년이 되면 반값에 판매되는 게 일반적이다.

수입차는 가치 하락폭이 더 크다. 나온 지 4년 되면 중고차시장에서 반값에 거래되는 수입차들이 많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차가 있다. 희소가치를 지닌 `클래식카`다. 해외토픽에는 폐차장이나 숲에 버려져 있던 고물차가 몇 대 안 남은 클래식카여서 수억은 기본이고 수십억에도 팔렸다는 소식이 종종 나올 정도로 클래식카는 대접받는다.

클래식카는 몸값이 비싸기에 주로 박물관이나 개인 소장고에 고이 모셔진다. 전담 직원이 애지중지 관리한다. 타보는 것은 언감생심. 만지거나 보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있다. 클래식카는 박물관에 전시된 화석처럼 `과거형`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영국에서는 클래식카가 `현재진행형`이다. 인접한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도로를 달리는 클래식카를 보는 게 쉽지 않지만 영국에서는 시골길에서 심심치 않게 클래식카의 향연이 펼쳐진다.

영국에서는 부자만이 아니라 서민들도 낡은 차를 직접 관리하면서 타고 다니는 클래식카 문화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영국을 `클래식카의 메카`로 부르는 이유다.

현재 영국은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독일, 미국, 일본은 물론 프랑스와 한국에도 밀려난 상태다. 그러나 50년 전만 해도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50곳 이상의 자동차공장에서 매년 200만대가 넘는 차를 생산했던 자동차 강국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인 1937년에는 50만대를 생산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뒤에는 전쟁 기간 미국의 지원을 받아 군수물자를 생산했던 노하우를 활용해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켰다. 미군 지프의 영향을 받은 랜드로버도 이때 등장했고, 현재 영국 도로를 누비고 다니는 클래식카 상당수도 이때 나왔다. `대영 자동차 제국`의 전성기였다.

영국 자동차 산업은 석유파동이 일던 1970년대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를 앞세운 독일차는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다. 기름 덜 먹고 가격도 싼 일본차는 석유파동 위기를 기회로 삼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영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위기 탈출을 위해 국영화와 브랜드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결국 몰락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롤스로이스, 벤틀리, 미니 등도 유럽과 아시아 브랜드에 인수됐다.

잃어버린 `대영 자동차 제국`에 대한 향수와 `헤리티지`를 중시하는 영국 문화가 결합하면서 영국에서는 클래식카 문화가 발전했다.

영국에서는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부자들만 소유할 수 있는 럭셔리카가 아닌 역사를 가지고 전통을 지녀 헤리티지를 인정받는 대중적인 모델들도 클래식카로 대접받는다.

영국을 클래식카 메카로 만드는 데 기여한 브랜드는 재규어 랜드로버다. 재규어는 1922년 윌리엄 라이언스와 윌리엄 웜슬리가 설립한 영국 최초 자동차 브랜드다. 랜드로버는 1948년 자동차회사 로버가 미군 지프를 바탕으로 개발한 랜드로버에서 출발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2008년 인도 최대 자동차그룹 타타에 흡수되면서 한몸이 됐다.

재규어 랜드로버 `클래식카 산실`은 영국 버밍엄에서 동쪽으로 30㎞가량 떨어진 공업도시 코번트리에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특별한 차량을 전담하는 재규어 랜드로버 스페셜 비이클 오퍼레이션(Jaguar Land Rover Special Vehicle Operation·이하 SVO) 산하에 있는 재규어 랜드로버 클래식 부서다.

SVO는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 벤틀리의 뮬리너와 비슷한 맞춤 제작 시스템을 제공한다. SVO 산하 클래식 부서는 재규어 랜드로버 클래식 모델을 복원하고 수리·점검할 수 있는 클래식 워크스(Works)를 보유하고 있다. 작업장은 1만4000㎡ 규모에 54개의 작업 공간과 전용 전시실로 구성됐다.

54개 작업 공간은 엔진 작업실을 비롯해 랜드로버 시리즈 I, 레인지로버 클래식, 재규어 E-타입 리본(Reborn)의 복원 프로그램을 위한 전용 해체·재제조·조립 영역 등으로 나뉘었다.

대형 창고형 할인마트와 비슷한 전시장에 복원 작업에 귀중한 참고자료로 사용할 500여 대 재규어 랜드로버 클래식 컬렉션도 보관하고 있다.

클래식 부서는 10년 지난 모델은 `클래식카`로 여기고 단종된 모델의 순정 부품을 공급한다. 숙련된 전문 기술자들은 이곳에서 3만종이 넘는 보증 부품을 사용해 클래식카를 복원한다.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장인도 많다.

클래식카 보유자에게 복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클래식카가 입고되면 121가지 항목에 대한 시각적 검사를 진행한 뒤 보고서를 작성한다. 작업 과정은 모두 기록해 클래식카 복원을 위한 자료로 사용한다.

부품이 필요할 경우 직접 만들기도 한다. 재규어 E타입·레인지로버 클래식카를 위한 패널, 전용 타이어 등도 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클래식카는 도로에서 실제 운행된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기자들을 초청해 클래식카를 직접 타볼 수 있는 행사를 종종 열기도 한다. 1년 전에도 재규어 XJ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15개국에서 온 30여명의 기자들에게 클래식카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시승 내용도 파격적이다. 클래식카를 보호하기 위한 동승체험이나 `동네 한 바퀴` 시승이 아니다. 기자들이 직접 클래식카를 몰고 영국 버밍엄~포츠머스~프랑스 생말로~파리로 이어지는 1000㎞ 대장정에 나섰다.

당시 한국 기자단에 배정된 시승차는 1978년식 시리즈2 쿠페인 XJC다. 이제는 고전이 된 1970~1980년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우아한 `네눈박이` 빨간 재규어 XJ다. 재규어 XJ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쿠페로 재규어 XJ 세단을 기반으로 1만여 대만 생산된 몸값 비싼 클래식카다.

40년 된 모델이라 당연히 수동변속기가 장착됐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자동변속기는 1990년대부터 대중화됐지만 1939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가 1950년대부터는 운전 편의성을 위해 프리미엄 세단이 장착되기 시작했다. 1978년 출시 당시 프리미엄 모델인 XJC에 자동변속기가 달린 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변속 모드는 `P-R-N-D` 순으로 정렬됐다. 1965년 미국 운수부가 표준화한 변속 배열 방식을 따랐다.

쿠페는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의 정수`라 불리는 데 XJC를 보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XJC는 화려하면서도 예스러운 멋을 지녔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를 장식한 크롬은 고급스러웠다. 날렵한 옆모습은 지중해를 항해하는 클래식 요트처럼 우아했다.

우핸들(오른쪽 스티얼어링휠)은 요즘처럼 작은 손힘으로도 조향할 수 있는 아담한 사이즈의 파워 스티어링휠이 아니다. 조향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버스·트럭 핸들처럼 컸다. 두께는 얇고 재질은 딱딱했다. 하지만 버스나 트럭 핸들과 달리 우아했다.

시트는 사용감이 좀 있었지만 깨끗하게 관리됐다. 운전석에 앉으니 딱딱해 허리가 아플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안락했고 몸을 안정감 있게 잡아줬다.

그러나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큰 기대하지 말고 편안하고 여유롭게 드라이빙이나 즐기자는 마음으로 키를 돌렸다. 자연흡기 V12 5.3ℓ 엔진이 무게감 있는 엔진음을 내뿜었다. 최고출력이 288마력에 달하는 자신을 몰라주는 운전자를 나지막하게 꾸짖는 것 같았다. 녀석을 몰라준 미안함과 함께 녀석을 만끽하고 싶다는 기대감이 몰려왔다.

도로 폭이 좁은 영국 시골길에서는 경치를 즐기며 저·중속으로 움직였다. 잔잔한 바다 위에서 `세일링`하는 요트처럼 우아하면서 매끄럽게 도로를 항해했다. 크고 얇은 핸들은 요트의 조타 핸들을 연상시켰다. 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가 다소 크게 들렸고 서스펜션도 딱딱한 편이었지만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방해할 수준은 아니었다.

시골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선 뒤 자연흡기 V12 엔진의 힘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지 파악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우우웅~”하는 굵은 외침을 내뿜으며 힘을 쓰며 내달렸다.

기사출처 – 매일경제(https://mk.co.kr/news/business/view/2019/10/85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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