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자동차 재규어 첫 여성 외장 디자이너 박지영씨
“여성성 크게 강조한 적 없고
표현하고 싶은 것 나타낼 뿐
블라인드 평가, 性차별 없어
전기·자율주행차 시대 맞춰
새 디자인 찾기 최대 과제”
“자동차 디자인이 성별에 좌우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만난 박지영(31·사진) 재규어 선임 외장 디자이너(Lead Exterior Designer)는 영국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 사상 최초의 여성 외장 디자이너다. 자동차 내장 디자이너 중엔 여성이 많지만, 외장 디자인은 여전히 전형적인 남초(男超) 분야다.
박 씨는 “여성이어서 다를 것도, 힘들 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디자인을 하면서 여성성을 강조한 적도 없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나타낼 뿐”이라며 “재규어에서는 디자인을 평가할 때 디자이너 이름도 안 써놓고 하기 때문에, 성별에 따른 차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남녀 차이를 따진다면 남자들은 항상 축구 이야기를 하니까 대화 주제가 다른 정도”라며 “그나마 지금은 ‘토트넘 팬은 아니지만 손흥민은 좋아한다’면서 축구 얘기에도 조금씩 끼고 있다”고 웃었다.
박 씨는 재규어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중앙대 산업디자인과를 나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2014년 졸업 2개월 만에 곧바로 재규어 선행(Advanced) 디자인 스튜디오에 입사했다. 그가 3년 만에 선임 디자이너로 승진하는 등 인정을 받으면서 지금은 다른 팀에도 한국인 2명이 활동하고 있다. 선행 디자인팀의 주 업무는 5∼10년 뒤에 필요한 차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지금은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게 최대 과제다. “아름다운 차에 대한 기존 기준을 깨면서도, 실내 공간이 대폭 넓어질 새로운 차에 맞는 완벽한 비율을 찾는 게 큰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한국과 영국의 디자인 교육법이 확실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선 기술 교육 위주이고, ‘이렇게 그려야 좋은 그림’이라는 방향까지 제시해준다”며 “RCA에선 직접 가르쳐주는 게 거의 없는 대신 생각할 기회를 많이 줬다. 점수도 어떤 생각에서 출발해 이런 디자인으로 이어져 왔는지 발표를 잘해야 좋게 나온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후배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씨는 “요즘은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디자인 기준에 너무 빨리 갇혀버리기 쉽다”며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찾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목표가 생겼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길 바란다”며 “나도 RCA 입학할 때 영어도 잘못했고 외국에 나가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무식하게 덤벼들고 부딪치면서 배우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 문화일보(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2050103293917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