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모빌] “여왕도 탐냈다”…’사막의 롤스로이스’ 레인지로버, 벌써 50년

0

“사막의 롤스로이스.”

레인지로버를 뜻하는 대명사다. 거친 사막에서 거침없이 질주하지만 품위와 안락한 승차감은 잃지 않아 붙은 별칭이다.

‘모험의 아이콘’ 랜드로버가 만든 레인지로버는 ‘럭셔리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름에 걸맞게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SUV가 주목받던 시절, 4륜구동 SUV의 품격과 성능을 끌어올린 럭셔리 SUV 장르를 개척했다.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최초의 SUV다. 성능은 물론 품격과 품위를 갖춰야 간택받을 수 있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전 차량이 된 이유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BMW X7,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제네시스 GV80 등 내로라하는 럭셔리 SUV도 레인지로버가 존재했기에 태어났다.

레인지로버는 올해로 만 50세가 됐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이다.


2차 세계대전의 2차 베이비붐 세대


레인지로버는 전쟁 때문에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베이비붐 세대의 베이비에 해당한다.

레인지로버를 선보인 랜드로버는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다. 랜드로버가 선보인 ‘오프로더’는 랜드로버 시리즈1이다. 1948년 미군 윌리스 지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에 제공된 지프의 프레임에다 전쟁 때문에 부족해진 철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해 제작됐다.

랜드로버 시리즈1은 원조인 지프와 함께 ‘오프로더 제왕’으로 군림했다. 랜드로버가 1989년 디스커버리를 선보이면서 랜드로버 디펜더로 이름을 바꿨다.

랜드로버 디펜더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랜드로버가 사막과 아프리카 초원을 휩쓸고 다니는 장면으로 유명해졌다. 덩달아 모험과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모험과 도전의 아이콘이 된 랜드로버는 럭셔리 SUV 개발에 나섰다. 프리미엄 세단의 우수한 승차감과 온로드 주행성능, 시리즈1의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의 앙상블을 추구했다.

결과물이 1970년 6월 출시된 레인지로버다. 1세대 레인지로버는 상시 4륜구동 시스템, 분리형 테일게이트, 덮개형 보닛, 매끄럽게 이어지는 웨이스트라인 등을 갖춰 성능과 디자인의 멋진 앙상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산업 디자인의 모범’이라는 찬사도 나왔다. 출시 이듬해엔 자동차 최초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렸다.

2세대 레인지로버는 24년 뒤인 1994년 등장했다. 1세대 완성도가 우수했다는 방증이다.

2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원형 헤드램프를 대체한 사각 헤드램프다. 플로팅 루프, 클램쉘 보닛, 실용적인 스플릿 테일게이트도 향후 레인지로버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서스펜션 성능은 향상됐다. 힘도 세졌다. 2.5ℓ 디젤엔진과 3.9·4.6ℓ V8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3세대 레인지로버는 2001년 선보였다. 프레임과 차체가 하나로 이뤄진 모노코크 싱글 셸 보디로 제작됐다. 차체 디자인은 날렵한 이탈리아 리바 스피드보트(Riva speedboat)에서 영감을 받았다.

실내도 럭셔리 요트 내부와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를 모티브로 삼아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2012년 출시된 4세대 레인지로버는 차체 중량을 줄이고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올(All) 알루미늄 차체로 만들어졌다. 롱 휠베이스와 플로팅 루프로 럭셔리 SUV에 어울리는 품격을 강조했다.

랜드로버는 5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 모델인 ‘레인지로버 50’을 선보였다. 레인지로버가 등장한 1970년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서 1970대만 한정 판매된다.

최상위 트림인 오토바이오그래피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주행능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외관 컬러는 오리지널 레인지로버에 대한 존경을 담아 구성했다. 외장 컬러는 최초의 레인지로버처럼 터스칸 블루, 바하마 골드, 다보스 화이트로 구성됐다.

랜드로버 디자인 총괄 디렉터인 제리 맥거번이 디자인한 ‘피프티(Fifty)’ 손글씨 배지를 내·외관 곳곳에 새겼다. ‘1 of 1970’ 레터링 명판도 센터콘솔에 부착했다.


달리면 역사가 됐다-신기록 제조기



레인지로버는 ‘신기록 제조기’다. 레인지로버가 달리면 역사가 됐다.

1세대 레인지로버는 세계 최초로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1989년에는 ABS(안티록 브레이크 시스템)를 4륜구동 차량 최초로 장착했다.

안티록 브레이크는 자동차가 급제동할 경우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방지한다.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된 기능이다.

1992년에는 4륜구동 차량 최초로 전자 트랙션 컨트롤(ETC)과 자동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했다. 온·오프로드에서 특유의 정제된 주행감을 선보였다. 전자 트랙션 컨트롤은 극한 상황에서 엔진 토크를 최대 100%까지 배분해 접지력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2009년에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장착했다. 지속적으로 차체와 주행 제어를 최적화해주는 시스템이다.

차체를 제어하고 롤링을 줄여주는 연속 가변 댐핑을 채택했다. 실시간 조절하는 댐핑은 차체 움직임을 초당 최대 500회 모니터링하고 즉각 반응해 차체를 제어한다. 온로드에서 안정적이고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2014년에는 험난한 지형을 주행할 때 운전자가 선택한 적절한 저속을 자동 유지해주는 전지형 프로그래스 컨트롤(ATPC)을 세계 최초로 장착했다.

2012년 출시된 레인지로버는 올 알루미늄 SUV로 진화했다. 세계 최초로 첨단 경량 알루미늄 보디 구조를 적용해서다. 차체는 가벼워졌고 연료 효율성은 향상됐다. 보디 강성도 강화됐다. 레인지로버의 도전과 모험은 기술 부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레인지로버는 1972년 파나마와 콜롬비아 사이에 위치한 극한 오지인 다리엔 갭(Darien Gap)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죽음의 랠리’라 부르는 파리~다카르 랠리에서는 1979년과 1981년 두 번 우승을 차지했다.

기사출처 – 매경프리미엄(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21/01/29626/)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