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모빌] ‘티끌은 지워냈다’, 레인지로버 벨라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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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를 추구하는 레인지로버에겐 작은 티끌도 큰 단점이다. 이젠 작은 티끌조차 지워냈다. 부활의 서막일까?

럭셔리 자동차는 기계적 완성도와 좋은 소재를 넘어 감성적인 부분까지 만족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레인지로버는 대체로 럭셔리했다. 그러나 옥에 티가 있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한 전장 부품이 일으키는 잦은 말썽이 그것이다. 럭셔리를 추구하는 레인지로버에게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였다. 물론 랜드로버도 관련 문제들을 알고 있다. 하여 새로 발표한 전략이 4P(Product, Price, Powertrain, PIVI Pro)다. 오늘 시승한 신형 레인지로버 벨라 역시 4P 전략에 맞춰 개선을 거쳤다.

외모 변화는 크지 않다. 시승차는 R-다이내믹 버전이라 보다 스포티한 범퍼가 적용됐고 새로 디자인한 21인치 휠을 채택했다. 실내에서는 몇몇 부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전체적인 디자인 틀은 같지만 새로운 스티어링휠 덕에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무게감이 한결 줄었다. 변속기 조작 방법도 기존 다이얼 방식에서 레버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이얼 방식 대비 깔끔함은 덜할지 몰라도 조작 편의성은 좋아졌다.

 

가장 반가운 건 소프트웨어 변화다.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피비 프로(PIVI Pro)를 벨라에도 적용했다. 먼저 터치감이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직관적으로 디자인한 인터페이스로 기능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편하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선을 연결하자마자 화면에 떠 다음 조작을 준비한다. 게다가 T맵을 기본 탑재해 순정 내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디지털 화면을 사용하는 계기반과 공조 조작부 반응도 한결 매끄럽다. 주사율이 떨어져 뚝뚝 끊기던 태코미터 바늘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잦은 오류를 일으키던 후방 카메라도 어김없이 정확하게 작동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라미네이팅 처리가 되지 않은 터치 패널은 허공에 터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또 디스플레이 표면엔 반사방지 코팅이 되어 있지 않아 강한 햇볕에 화면이 하얗게 떠버리는 부분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엔진은 4기통 가솔린 터보와 6기통 가솔린 터보 두 가지. 시승차는 직렬 6기통 엔진을 얹은 P400이다. 이전 P380과 같은 엔진을 사용하지만 슈퍼차저 대신 트윈터보를 얹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최고출력은 400마력으로 이전 대비 20마력 올랐다. 최대토크는 10.2kg·m나 오른 56.1kg·m를 발휘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초반 가속을 돕고, 엔진 부담을 줄인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다. 은은한 중저음의 배기음이 들려온다. 다만, 직렬 6기통 엔진임에도 공회전 시 회전 질감은 다소 거칠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거친 질감은 금세 사라져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변속기를 바꿔 물고 속도를 높여나감에도 한 번에 힘을 쏟아내는 법이 없다. 2180kg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묵직한 가속감과 별개로 속도 게이지는 제한속도를 너무 쉽게 넘겨버리니 주의가 필요하다.

 

8단 자동변속기는 정지 상태에서 천천히 속도를 높여나갈 땐 큰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럽게 동력을 전달한다. 문제는 정체 구간을 지날 때 발생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저단 기어를 바꿔 물면서 울컥임을 만들어낸다. 특히 감속할 때 2단에서 1단으로 넘어가는 구간 울컥임이 심하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브레이크를 밟은 발에 세심한 힘 조절이 필요하다.

 

울컥임을 피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이 있다. 반자율 주행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위치한 토글 버튼을 눌러 간단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 앞차와 간격을 가장 좁게 설정하면 너무 답답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을 만큼 잘 따라간다. 중간에 끼어드는 차도 제법 잘 인식한다. 그러나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뗄 순 없다. 차선을 벗어날 즈음 안쪽으로 툭 쳐주는 조향 서포트가 벨라가 해줄 수 있는 전부다.

 

에어서스펜션을 사용한 하체 감각은 하염없이 부드럽다. 도로 굴곡을 따라 너울치는 감각이 꼭 물 위를 떠다니는 듯하다. 동시에 무거운 무게로 지면을 꾹꾹 눌러준 덕에 차체 앞뒤가 따로 놀진 않는다. 단점일 수 있는 육중한 무게가 안정감을 살리는 역할로 거듭난 순간이다.

 

신기한 일은 급격한 코너를 만났을 때 벌어진다. 하염없이 부드럽다가도 코너만 만나면 자세를 바로잡는다.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기술을 통해 차체 움직임을 초당 500회 감지해 기울어짐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무게로 빠르게 코너를 공략할 순 없지만 안정감만큼은 잃지 않는 비결이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시승 내내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강한 출력을 우악스럽게 뱉어내지도, 굳이 가벼운 움직임을 연출하지도 않았다. 모든 움직임은 편안함이라는 목적에 충실했다. 레인지로버가 추구하는 럭셔리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구성이다. 그간 애먹이던 소프트웨어도 안정을 찾았다. 이제는 거칠 것이 없다.

 

 

기사출처 – 모터트렌드(https://www.motortrendkorea.com/sub/view.html?no=5759&cate1Name=NEW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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