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모빌] [민기자의 ‘드라이빙’] ‘우아한 기품’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1억원 가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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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스카이캐슬에서 ‘예서 엄마 차’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올해로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은 영국의 프리미엄 SUV 브랜드 랜드로버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랜드로버는 한때 아빠들 사이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드림카’ 상위권을 매번 꿰찬 브랜드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에 협찬(PPL)을 하면서 엄마들 사이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는 2019년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예서 엄마’ 한서진 역을 맡은 염정아 씨의 차량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서진의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분위기와 레인지로버 벨라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이 잇따랐다.

이후 랜드로버는 지난 6월, 일명 ‘예서 엄마 차’로 잘 알려진 레인지로버 벨라의 연식변경 모델 ‘2021년형 레인지로버 벨라’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에 기자는 최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로부터 2021년형 레인지로버 벨라 P250 R-다이내믹 SE 모델을 지원받아 개별 시승을 진행해 봤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전면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 하단부의 에어덕트가 포인트로 부각된다. / 제갈민 기자

◇ 볼륨·곡선미 부각되는 외관, 준대형에 필적하는 사이즈

레인지로버 벨라는 랜드로버 브랜드 내에서 레인지로버 라인의 중간급 차종이다. D세그먼트(중형)에 속하는 차량으로 분류되지만, 외관 크기는 중형보다는 준대형에 가까운 느낌이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외관 크기는 △전장(길이) 4,797㎜ △전폭(너비) 1,930㎜ △전고(높이) 1,683㎜ △축거(휠베이스) 2,874㎜ 등으로, 수입 중형 SUV인 메르세데스-벤츠 GLC나 아우디 Q5, 볼보 XC60 등 동급 차량보다 길이가 10㎝, 너비가 3∼4㎝ 정도 더 크다.

길고 넓은 차체가 주는 위압감은 남다르다. 그러면서 유려한 곡선미와 볼륨감을 강조해 차량의 크기는 실제 크기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효과를 준다.

지난 2017년 레인지로버 라인의 네 번째 모델로 출시된 레인지로버 벨라는 최적화된 비율과 아름다운 실루엣, 우아함을 뽐내며 2018년 월드 카 어워드에서 ‘2018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을 수상한 바 있다. 처음 출시부터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게 평가된 만큼 연식변경을 거치면서도 외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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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벨라 측면. 우아한 느낌과 스포티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다. / 제갈민 기자

레인지로버 벨라가 외관에서 다른 브랜드 차량들과 차별화를 보이는 부분은 도어 손잡이다. 차량의 문을 잠근 상태에서는 도어 외부 손잡이가 차량 내부로 들어가는 히든타입을 적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랜드로버는 이러한 손잡이를 자동 전개식 플러시 도어 핸들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손잡이는 차량의 라인을 보다 세련되게끔 보이도록 하는 미적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공기역학적으로도 이점으로 작용해 주행 시 저항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사소하지만 프리미엄 모델임이 부각되는 부분은 윈도우 와이퍼를 히든타입으로 설계한 점이다. 프론트 와이퍼는 윈도우 하단 깊이 설치해 일상 주행 시에는 보닛 아래에 숨어있다. 리어와이퍼도 후면 윈도우 상단에 설치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스포일러로 가려 보다 깔끔한 느낌을 강조했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미적 요소가 부각된다. 특히 범퍼 하단부의 에어덕트에서 시작되는 블랙 몰딩은 도어를 가로질러 후방 범퍼까지 이어지는데, 수평으로 디자인을 하지 않고 뒤로 갈수록 조금씩 올라가도록 디자인했고, 후면 범퍼에서는 그 각도가 두드러진다.

이와 함께 A필러 각도가 일반적인 SUV와는 달리 뒤쪽으로 각도가 크게 기울어 있는 점과 루프라인은 후면부로 갈수록 낮아지도록 설계가 됐다. 이는 하단의 몰딩과 루프라인 사이 간격이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로 디자인돼 큰 차체와는 다르게 전반적으로 샤프한 느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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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실내.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 넓고 고급스러운 실내, 만족도 높지만… 편의장치 부재·협소한 수납함은 옥에 티

레인지로버 벨라의 외관 크기가 동급 D세그먼트 SUV보다 크게 설계된 만큼 실내 공간도 더 넓은 느낌이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센터콘솔 너비도 타 차종에 비해 넓으며, 레그룸이나 헤드룸 공간도 넉넉하다. 특히 운전석을 180㎝의 운전자가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조절했음에도 운전석 뒤의 2열 캐빈룸 공간은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으며, 다리를 꼬아도 여유가 있을 정도다.

실내에서 연식변경을 거치며 달라진 점은 스티어링휠의 좌우 조작부와 기어 조작부다. 우선 스티어링휠의 조작부가 직전 모델 대비 더욱 깔끔하게 디자인돼 차량과 일체감이 돋보인다. 여기에 기어조작부는 다이얼방식에서 기어노브 형태로 바뀌었다. 다이얼 형태의 변속기는 간혹 시동을 걸어도 올라오지 않아 주행이 불가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해 개선 요청이 적지 않았는데, 소비자들의 불편을 수용해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실내 인테리어는 수평적 구조를 통해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소재도 부드러운 고급 가죽을 사용하면서 일부분에는 스웨이드 또는 알칸타라와 같은 소재도 사용해 프리미엄 차량임을 강조했다. 여기에 레인지로버 벨라에 처음 적용된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디지털을 강조한 진보적인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10인치 터치스크린에서는 내비게이션 및 스마트폰 연동(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아래에 위치한 터치스크린에서는 공조기 및 시트 난방, 차량의 주행 모드 설정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주행 중 조작은 불편하다. 공조기의 냉난방 온도조절은 다이얼을 통해 쉽게 조작이 가능하지만, 바람세기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우측 다이얼 옆에 위치한 바람개비 모양을 한 차례 터치한 후 조절을 해야 한다.

또한 기본 컴포트나 에코모드에서 다이내믹 주행모드 변경 시에도 기어는 일반 드라이브모드(D)로 고정이 돼 있고 기어노브를 한 차례 조작을 해야 스포츠모드(S)로 바뀐다. 다이내믹 주행모드를 설정했을 때는 기어 상태도 자동으로 S로 변환되면 더욱 편할 듯하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야간 실내. 앰비언트라이트의 색상은 변경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실내가 고급스럽고 시트도 편안하지만, 실내 수납공간과 편의장비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우선 1열 시트 통풍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다. 시승 차량이 ‘P250 R-다이내믹 SE’ 기본 등급이기는 하지만 차량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통풍 시트를 적용하지 않은 점은 원가절감 지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상위 트림인 ‘벨라 P400 R-다이내믹 HSE’에는 통풍 시트가 적용됐다.

또 실내 수납공간 중 하나인 콘솔박스는 덮개를 좌우 별도로 열 수 있도록 나눠 편의성을 높였으나, 수납할 수 있는 용량이 협소하다. 콘솔박스 깊이는 120㎖ 비타민 드링크 유리병이 겨우 들어가는 정도다. 120㎖ 사이즈의 유리병은 약 10개 남짓 수납이 가능해 보인다. 500㎖ 생수를 대각선으로 눕혀도 들어가지 않는 정도다.

콘솔박스 외에 1열 수납공간은 공조기 조작 터치스크린 후방 아랫부분에 작게 설계돼 있으며, 기어노브와 콘솔박스 사이 사각형의 작은 공간, 그리고 글러브박스와 좌우 도어의 수납공간이 끝이다. 차량 크기를 감안하면 수납공간은 적은 편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센터페시아 및 기어노브 주변 수납공간. / 제갈민 기자

컵홀더 위치 설계는 나쁘지 않다. 다만 컵을 고정시키기 위해 컵홀더 내부에 고무로 볼륨을 줘 컵이나 텀블러가 흔들리지 않도록 한 부분은 일장일단이다. 텀블러를 넣어둔 경우에는 잘 빠지지 않는 경우도 생겨 불편한 점으로 느껴졌다.

주행을 하기 전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검색하려고 내장된 내비게이션을 작동해봤으나 반응속도가 너무 느려서 답답할 정도다. 재규어랜드로버 측에 따르면 올해부터 출시되는 신형 모델에는 T맵(티맵)이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탑재되는데 조작감과 반응속도 등이 기대 이하다.

또 기본 적용된 티맵은 운전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티맵을 실행해 회원정보에서 일회용 인증번호를 인증하면 연동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SKT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티맵 회원가입을 별도로 진행해야 연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티맵을 사용하지 않아도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미러링 기능을 사용해 카카오내비나 네이버지도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인증을 추가로 거쳐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티맵을 사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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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2열 실내. 파노라마 선루프 덕에 개방감이 뛰어나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다만, 티맵 인증을 하게 되면 무선으로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가 탑재되지 않아 스마트폰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케이블로 스마트폰을 연결해야 한다. 케이블 단자는 콘솔박스 내에 위치하며, USB단자·C타입·시거잭 소켓이 각 1개씩 구성돼 있다. 휴대폰 충전을 위해 케이블을 연결하면 미러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무선 미러링은 지원하지 않는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2열은 전동으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폴딩도 가능하다. 2열을 접으면 180㎝의 성인이 누울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돼 차박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만, 2열을 폴딩했을 때 트렁크 공간과 시트 사이에 턱이 생기는데, 트렁크 적재물을 가리는 용도로 쓰이는 적재함 가리개를 빼서 두면 턱의 높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또 차박을 할 때는 보통 에어매트나 도톰한 매트를 바닥에 깔고 즐기는 만큼 아주 불편한 부분은 아니지만 돗자리만 깔고 차박을 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어 조금 아쉽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2열 및 적재함. 2열 암레스트에 설계된 컵홀더는 깊이가 얕아 테이크아웃 컵 고정이 잘 될지 의문이다. / 제갈민 기자

◇ 부드러운 주행 질감·덩치 대비 준수한 연비

레인지로버 벨라는 랜드로버 내에서도 레인지로버 라인의 차량인 만큼 주행 성능에서 만큼은 타협을 하지 않은 모습이다.

주행 질감은 1억원 값어치를 한다. 요철을 넘을 때 잔 진동까지 잘 걸러내며, 초고속으로 주행할 때도 노면소음이나 풍절음의 실내 유입은 크지 않아 탑승객은 편안한 주행을 이어갈 수 있다. 고속으로 주행할 때 X영역 중반 정도까지 속도를 높여도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속주행 안정감이 뛰어나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조작은 스티어링휠 우측 버튼을 이용하면 된다. 속도조절 및 앞차와 차간거리 조절 등이 잘 작동하기는 하지만, 차로중앙유지 기능은 탑재되지 않았으며 차로이탈방지보조 기능도 2% 부족한 느낌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계기판 및 평균 연비. 100㎞ 주행 시 약 10~12ℓ의 연료가 필요하다. / 제갈민 기자

시승 간 평균 연비는 5∼11㎞/ℓ 정도를 유지했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 서울 도심을 주행할 때 연비는 5∼6㎞/ℓ 정도를 나타냈으며, 오후 7시 이후 서울 올림픽대로 주행 및 송도를 오가는 경로에서는 9∼11㎞/ℓ 수준을 기록했다. 차량 덩치와 가솔린 모델임을 감안하면 준수한 기록이다.

하지만 레인지로버 벨라 P250 R-다이내믹 SE은 차량 가격만 9,500만원, 부대비용까지 합할 시 출고가는 1억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무선 미러링·통풍시트 등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난센스다. 랜드로버는 가성비보다는 디자인과 감성으로 타는 차량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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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처 – 시사위크(http://www.sisaweek.com/news/curationView.html?idxno=146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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