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모빌] 실내가 신차급으로 변했다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직접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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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탄 이다정 기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야기했다. “디스커버리 진짜 오랜만에 타는데 정말 여유롭네요. 승차감도 웬만한 세단보다 나은 것 같아요. 예전엔 이러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녀가 디스커버리를 타기 직전 지루한 중형 세단을 탔기 때문에 이 같은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세대에 비해서 온로드에서의 승차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건 확실히 사실이었다.

그 이유는 뼈대의 차이다. 4세대는 보디온 프레임과 모노코크 중간 성격인 인티그레이티드 보디 프레임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 5세대는 차체 85%를 알루미늄으로 빚은 모노코크 방식을 채택했다. 레인지로버가 사용하고 있는 모노코크 보디 D7u의 개선형이다. 오프로드 장비와 같은 이전의 기계 같은 분위기가 사라져 오프로드에서의 안락함도 상당 부분 손해를 봤지만 온로드 주행 감각이 더 편안하고 진득해졌다. 무게중심 이동도 상당히 빠르다.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 것과 더불어 차체 앞부분 패널은 마그네슘을 적용했고 테일게이트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후 시트 프레임은 초고장력 강판으로 엮었다. 덕분에 무게가 이전 세대보다 480kg이나 줄었다. 물론 경량화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많은 브랜드도 랜드로버 못지 않게 감량을 하고 있다. 그것보단 감량하면서 강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디스커버리는 이번 세대의 강성을 그대로 유지해 여전히 3500kg을 견인할 수 있다.

이번에 탄 시승차는 5세대 디스커버리의 부분 변경 모델로 트림은 P360이다. 부분 변경 모델이라고 해서 외관이 티 나게 바뀐 것은 아니다. 테일램프와 앞뒤 범퍼, 공기 흡입구, 그릴 등 새로운, 아주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됐다. 아마 5세대 오너나 디스커버리를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구별하지 못할 수준이다. 하지만 실내는 다르다. 실내는 신차급 변화를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 유리로 들어오는 풍부한 채광은 그대로지만 실내는 이전과 비해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이 강하다. 좌우대칭 대시보드에 에어컨 시스템과 커다란 디스플레이, 송풍구를 차례대로 쌓아 올린 센터페시아를 붙였다. 에어컨 버튼 뒤에는 비밀 수납 공간도 있다. 편안한 시트, 풍부한 편의장비, 영리한 수납공간이 마음에 든다.

운전대는 오프로더의 휠과 비슷하게 생긴 4스포크 타입이 새롭게 들어간다. 디펜더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다이얼 방식의 변속기를 포함해 그 아래로 많은 버튼이 있던 이전과 달리 변속기는 레버 형식으로 바꿨고 그 아래에는 터레인 리스폰스 2 다이얼과 HDC 버튼 등을 배치했다. 이전에 있던 중요도가 낮은 버튼들은 말끔하게 정리해 모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속으로 넣었다. 커다란 11.4인치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인데 화면은 세 개로 분할되며 반응이 빠르고 무엇보다 해상도가 좋아 시인성이 뛰어나다. 과거 랜드로버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P360의 보닛 아래에는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51.0kg·m을 발휘한다. 밖에서 들리는 엔진음은 꽤나 큰 편이었는데 실내에선 거의 느낄 수가 없다. 그만큼 소음과 진동을 잘 잡았다. 조여오는 환경규제 때문에 디스커버리도 부분 변경 모델부터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간다. 바닥에 48V 리튬이온 배터리를 깔아 저속에선 연료 소모를 줄이고, 브레이크를 밟을 땐 배터리를 충전한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처럼 EV 모드가 있는 게 아니라 몸으로 체감하긴 어렵다. 스톱&스타트를 좀 늦추거나 17km/h 이하로 속도를 줄일 땐 미리 엔진 구동을 멈춰 연료 소비를 줄인다.

디스커버리 특유의 느긋한 움직임은 여전하다. 제동했을 때 피칭과 코너에서 차체 쏠림 현상이 크며 시트 포지션이 높아 체감은 실제보다 더 크다. 하지만 이러한 느긋함이 풍요롭고 여유롭게 다가온다. 준대형 SUV에 어울리는 움직임이다. 가솔린 터보 엔진과 커다란 크기, 그리고 무게 때문에 초기 반응은 역시 더딘 편이다. 그렇다고 마냥 굼뜨지만은 않다. 1570rpm부터 최대토크가 쏟아져나와 움직임이 경쾌하다.

가속 감각도 시원시원하다. 넉넉한 힘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직렬 6기통 엔진 덕분이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5초다. V6 디젤 엔진 모델의 가속 시간이 8.1초를 감안하면 빠른 편이지만 그보다 반가운 건 운전 감각의 변화다. 피드백이 약한 운전대, 억센 서스펜션 반응, 가감속과 코너 주행에 따른 차체 쏠림 현상 등 이전 디스커버리의 단점을 세심하게 걷어냈다. 에어 서스펜션 역시 과속 방지턱과 요철을 작은 흠 정도로 느껴지게 한다. 확실히 온로드에서의 주행 감각이 일취월장했다.

매끈하고 스포티한 SUV를 원한다면 굳이 디스커버리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기지도 않았고. 세대를 거치며 많이 온순해졌다지만 디스커버리는 사람들이 랜드로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여전히 담아내고 있다. 또 한 번의 세대 교체가 언제일지, 어떤 변화일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디스커버리의 팬들이 등을 돌릴 일은 없을 거다.

 

 

기사출처 – 오토캐스트(http://www.autocast.co.kr/newsView/atc202110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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