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오피, 지나가는 군중들의 아름다움과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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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거리에서나 잠시 멈춰
지나가는 군중들을 바라보라.
그 인물들에게서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줄리안 오피

KCC 본사 로비엔 배낭을 멘 채 하염없이 걷는 줄리안 오피의 작품이 서 있다. 아마도 줄리안 오피의 말처럼 작품을 통해 에너지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워뒀을 것이다.

줄리안 오피는 우리나라에서 벌써 두 번의 전시를 가진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서울스퀘어를 비추던 작품은 본 적이 있을 것. 지난 2월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신사동을 배경으로 한 ‘서울 거리의사람들’이라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으니 꽤 한국과 친한 작가라고 볼 수 있다. KCC 본사 로비에 설치된 LED 패널 역시 서울 거리의 사람들 중 한 명이다.

Walking in Sinsa-dong 2. 2014

Walking in Sinsa-dong 2. 2014

영국 출신인 줄리안 오피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이라는 영국의 1세대 개념 미술가의 가르침을 받아 전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지금처럼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 전에 2001년 영국 모던 락밴드 블러(Blur)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고, 뮤직 위크 CADS에서는 최우수 일러스트레이션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주로 사진이나 단편 영화를 단순화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구상 미술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가 주로 쓰는 재료는 비닐 페인팅과 흑백LED 패널이다. 때론 레진을 이용해 조형물을 만들기도 한다.

 

Walking in Sinsa-dong 3. 2014

Walking in Sinsa-dong 3. 2014

사진 출처 Julian Opie Official site | www.julianopie.com

평범한 오브제들을 재해석해 독특하게 표현해내는 건 그의 특출난 재주였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는 ‘인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친숙한 주변인들부터 주인공이 됐다. 그의 작품은 단순하지만 인물의 감정을 아주 잘 포착해냈다. 그러다 점차 시
야를 넓혔다. 사람이 걸친 액세서리, 옷, 그리고 배경, 장소까지 담기 원했다. 그 장소의 군중을 보여주면서 도시의 분위기와 역동적인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줄리안 오피의 초상화 스타일과 컴퓨터 디자인은 벌써 현대 미술 분야를 넘어 상업 디자인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Academic2

Academic. 2014 (LED double sided monolith 224x112x30cm)

신사동과 비 오는 사당동을 그려낸 작품을 보면 줄리안 오피가 그 거리들을 보며 아주 즐거워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가 그려낸 한국인들은 아주 잘 차려입고 바쁘게 걷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간단한 선으로 그려내 표정조차 없는 인물들이 이토록 각자 다른 분위기를 내뿜는 건 줄리안 오피만의 능력이다.

 


줄리안 오피 Julian Opie

1958년 영국출생인 줄리안 오피는 1982년 영국 런던의 골드스미스대학을 졸업했다. 평단에서 인정받고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경험하고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20여 차례의 개인전과 카셀도큐멘터 등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그룹전을 가졌으며 영국의회, 테이트갤러리, 뉴욕 MOMA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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