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거듭하며 보여주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찬란한 미래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10세대로 진화한 E-클래스 이야기다.
‘늘 새롭고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것!’ 얼마나 힘든 일일까?
메르세데스-벤츠의 행보는 늘 시대를 앞서 나갔다. 이들이 만들고 나서면 후발주자들은 벤치마크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그저 따라하기 바빴다. 10세대로 진화한 신형 E-클래스도 그렇다. 달리고 돌고 서는 차의 기본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완벽하다. 거기에 첨단기술을 잘 섞어내 미래를 현실로 소개하고 있다.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징검다리이자 지금의 교통법규와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부드러우며 믿음직하게 움직이는 반자율주행차의 끝판왕이다.
저 멀리 신형 E-클래스가 서있다. S-클래스를 시작으로 C-클래스에 이어 E-클래스까지, 메르세데스-벤츠는 완벽한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체급에 차이가 있을 뿐 C부터 S까지 통일된 디자인과 감성품질을 흥건히 녹여냈다. 취향과 상황에 따른 선택의 문제일 뿐 어떤 체급을 선택하든 메르세데스-벤츠 고유의 프리미엄 감성과 첨단의 끝에 선 기술력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승모델은 디자인이 젊은 E 300 4매틱 아방가르드. 3.5리터 6기통에서 4기통으로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터보차저를 얹은 2.0리터 가솔린엔진이 네바퀴 굴림 시스템과 호흡을 맞추는 새로운 모델이다. 두꺼운 두 줄 가로바를 품은 프런트 그릴 한 가운데 커다랗게 박힌 세 꼭지 별 엠블럼에서 청춘의 호기가 넘쳐났다. 흠잡을 데 없는 황금비율과 루프를 타고 매끈하게 흐르는 쿠페 느낌의 C필러 라인이 소유욕을 자극한다. 헤드램프부터 테일램프까지 쭉 뻗은 캐릭터라인은 사군자의 낭창한 버드나무 가지처럼 동양적인 멋까지 풍겼고 차체 아래를 크롬으로 빙 둘러 럭셔리한 맛도 챙겼다.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실내에서 더 빛났다. 실내는 그야말로 S-클래스 부럽지 않다. 신형 S-클래스에서 감탄했던 길고 커다란 가로 모니터가 신형 E-클래스에도 들어갔다. 난반사를막기 위해 디지털 계기반과 모니터 위를 그늘막처럼 가린 대시보드는 넓고 평평해 탁 트인 앞쪽 시야를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 만들기 기술은 이미 정점을 찍고 농익을 만큼 익었다. 이제는 진보한 기술을 얼마나 균형감 있게 녹여내고 감성품질의 완성도를 높이느냐가 관건이 된다. 단언컨대, 이 급에서 신형 E-클래스를 넘어설 차는 없다. 손끝 닿는 곳마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감각이 넘쳐났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물 흐르듯 잔잔하게 엔진 피스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티어링 뒤로 달싹 올라 붙은 패들시프트가 눈에 띈다. 7단에서 9단으로 더 촘촘하게 썰어낸 변속기와 교감하며 즐겁게 달리기 위한 아이템이다. 두툼한 스티어링은 가벼우면서 절도감 있게 차체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가속페달에 힘을 싣자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우아하게 속도를 올렸다. 그렇다면 2.0리터 4기통에 터보엔진이, 이전 3.5리터 V6의 넉넉한 토크에 견줄 수 있을까? 기우였다. 경쾌한 반응과 터보가 주는 제법 알싸한 토크가 3.5리터 엔진을 대신하기에 충분했다. 풀드로틀 시 시트에 몸이 파묻히는 가속은 아니지만 언제든 원하는 만큼 내달리기에 충분한 출력성능을 품었다. 부드럽고 재빠르게 톱니를 바꿔 무는 9단 자동변속기는 무단인가 싶을 만큼 매끈했다.
이 녀석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241마력과 37.7kgm. 신형 E-클래스는 브랜드 특유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을 품었지만 색과 농도는 달라졌다. 좀 더 달콤하고 생생해졌다. 초반부터 민감하고 일정하게 반응하는 액셀과 브레이크페달, 가볍고 날카로운 스티어링, 도로상태를 비교적 솔직히 전하는 하체감각 등이 구형보다 직관적으로 변했다. 차체는 커졌지만 약 70킬로그램 줄어든 무게와 에어 보디 컨트롤이 크게 한 몫 한 셈이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이내믹 셀렉트를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 두면 rpm을 화끈하게 올려 붙이며 누구보다 호기롭게 질주했고 에코 모드에서는 최대한 낮은 rpm으로 보들보들 효율성을 추구하며 달렸다.
신형 E-클래스는 4매틱 특유의 안정감과 흠잡을 데 없는 승차감,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 등 장점이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자율주행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는 스티어링 칼럼 왼쪽 하단에 달린 작은 막대기 하나로 컨트롤할 수 있다. 설정속도 안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달린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티어링을 손수 조작해야 하지만 꽤 오랫동안 차선 가운데를 스스로 잘도 달렸다. 커진 차체는 뒷좌석과 트렁크공간에 넉넉함을 더했고 소재는 고급스러웠으며 조립품질은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고 완벽했다.
자율주행시스템을 포함한 첨단기술은 말 그대로 첨단의 끝을 보여주었다. 시대의 정점에서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진화는 멈추지않는다. 이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한가운데에 신형 E-클래스가 존재한다. E-클래스의 등장은 유혈 낭자하던 프리미엄 패밀리세단시장의 경쟁자들을 단번에 제압할 기세다. 이제 게임은 끝났다.
“E-클래스는 전세계 자동차의 기준입니다”
다임러 이사회 멤버이자 메르세데스-벤츠 카 그룹 연구 및 개발 총괄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토마스 베버 박사. 그는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거물 중 거물이다.
Q. 신형 E-클래스를 소개한다면?
A. 신형 E-클래스는 무인자율주행차로 가는 징검다리다. (잠시 동안이지만) 핸들에 손을 대지 않고도 주행을 할 수 있으며 주차마저도 원격조종으로 가능하다. 신형 E-클래스가 징검다리의 마지막 단계다.
Q. 자동차업계에서만 30년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 무인자율주행차를 생각했었나?
A. 상상도 못했던 단어다. 무인자율주행이라는 말이 나온 건 고작 10년 전이다.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의 실현단계에 와 있다.
Q. 신형 E-클래스는 S-클래스, 혹은 C-클래스와 많이 닮았다. 이런 이유로 눈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크게 바뀐 부분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 물론 S-클래스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거다. 가장 좋은 건 이전 E-클래스와 직접 비교해보는 것이다. 기존에 비해 물 흐르는 듯한 유려한 라인을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전체적인 프로포션도 바뀌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두말 하면 잔소리. 동급 경쟁모델보다 더 뛰어난 첨단기술을 품고 있다.
글·사진 | 기어박스(gearb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