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는 곡선으로 이뤄진 건물로 유명하다. 이를 보고 있으면 독특한 조형미가 느껴진다. 마치 미래에서 온 건물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같은 인상을 풍기는 자동차도 있다. 바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다. 이 차는 투박하고 강인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본질을 잘 담으면서도 외관은 매끈한 곡선을 길게 활용해 벨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지난달 16일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P400 R-Dynamic HSE 모델을 시승했다.
이 차는 랜드로버의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중간쯤 되는 차량이다. 전장 4797mm, 축거 2874mm로 외관만 보면 대형 SUV인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지만 실제 크기는 중형 SUV다. 차를 이루는 곡선이 활처럼 길고 쭉 뻗어져 있어 실제보다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차량에 탑승했을 때 답답함이 느껴지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다. 2018년 월드카어워드에서 2018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을 수상했을 만큼 SUV라고 믿기 어려울정도로 외관의 조형미가 뛰어나다. 특히 자동전개식 플래시 도어 핸들을 적용한 일체감이나, 토글 방식의 기어 등도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에 조화를 이룬다.
차량의 시동을 걸고 주행을 할 때도 외관이 주는 부드러움이 주행감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돼 요철 구간도 부드럽게 지나가며, 고속 주행시 안정감이나 특유의 승차감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신형 인제니움 3.0리터 I6 가솔린 엔진은 조용하고 답답함 없는 가속감을 보였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동력성능을 지녔다.
공차중량 2180kg의 작지 않은 덩치를 지녔음에도 연속되는 코너 구간에서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랜드로버의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이 주는 안정적인 접지력 덕분이다. 여기에는 지능형 토크-온 디맨드 AWD, 차체의 움직임을 초당 500회 감지해 승차감과 핸들링을 향상시키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기술 등도 더해진다. 실제 주행에서 활용할 일은 잘 없겠지만, 이번 모델에는 도강 수심 감지 기능까지 장착됐다. 최근 활용도가 높아지는 이오나이저 기능과 PM 2.5 필터가 장착된 실내 공기청정 시스템도 탑재돼 있다.
이 모델은 그동안 지적받았던 구형 멀티미디어 시스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PIVI 프로가 탑재됐다. 여기에 T맵 내비게이션이 기본 적용됐고, 무선업데이트 기능인 SOTA 기능도 적용돼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디자인, 주행성능, 활용성 등 어느 하나 흠 잡을 것 없는 이 차량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다. 시승 모델의 가격은 1억1460만원이다. 성능이나 고급스러운 마감, 디자인 등을 감안해도 부담스럽고, 대안이 많은 가격대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는 2000cc, 249마력의 P250 R다이나믹 SE 모델을 출시했다. 가격은 9250만원이다. 이 차량들의 복합연비는 모두 8km/L대를 기록한다.
기사출처 – 세계일보(http://www.segye.com/newsView/20211005505446?OutUrl=naver)